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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액티브X 해소를 위한 제언

등록 2017-08-10 11:32수정 2017-08-10 16:05

Weconomy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언제부터인가 적폐가 되어 버린 액티브X. 박멸을 향한 제각각의 프로젝트는 정권마다 반복됐지만,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지금의 공공웹사이트나 금융권 사이트들 중 액티브X로 된 부분들은 웹으로 하기 힘들거나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사실상 웹과 무관한 그냥 보통 프로그램, 즉 앱을 웹에 심어 놓은 것. 프로그램을 배포하기 위한 통로로 웹이 무단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증권사 프로그램을 웹과 무관하게 별도 설치해서 잘 사용하듯, 애초에 그렇게 했으면 되었을 수많은 일들이 당시 유행한다는 웹으로 멋들어지게 포장해서 쓰려는 욕심 덕에 이 사달이 났다. 겉과 속이 다른 모순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는, 웹도 아니고 앱도 아닌 기괴한 변종을 홀로 유지 보수해야는 갈라파고스적 외로움이었다.

‘기형적 미봉책’ 또 반복할 것인가

시키는 대로 구현된 불쌍한 기술을 희생양으로 매도해도, 어떤 구조 변경을 해서라도 늘 하던대로 하고 말겠다는 아집이 계속된다면 또다른 기술이 하청으로 동원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의 시도는 결국 ‘불가피’한 벽에 부딪혀 ‘개별 설치형 웹 플러그인 설치파일(EXE)’이라는 기형적 미봉책만 양산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불가피성’을 이번에도 용납하겠다는 이야기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로부터 들렸다. 될 것 같아 보이지만 5~10%는 내 노력만으로는 안되니 ‘불가피’한 일이다.

방법은 없을까?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단순한 해법으로 풀리기도 한다. 그냥 남들 하듯이, 다른 나라들처럼 살면 된다. 앱은 이제 앱의 세계로 거두어 가자.

한국적 플러그인 확장 정책 폐기. 현재의 누더기 웹을 유지할 뿐인 추가적 ‘성형’을 그만두자. 어떠한 플러그인도 만들지도 쓰지도 않는다.

웹으로 안되는 업무는 독립실행 앱으로. 현재 우리의 공공·금융 시스템에는 웹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업무가 있음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액티브X로 되어 있는 이들 업무는 되도록 많은 플랫폼을 지원하는 독립적인 앱으로 변경해, 스토어 등 사용자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한 배포 경로를 통해 설치되도록 한다. 웹에 기생하는 변태적 플러그인 설치 파일이 아닌 자력으로 동작하는 어엿한 앱으로 자라도록 배려한다.

보편적 접근성 중시 정책. 그 이외의 단순 업무 등은 최대한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기준의 웹 표준을 준수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웹페이지를 직접 만드는 대신 API를 통해 데이터 통로를 공개해 제3자도 웹이나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면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종종 들리는 ‘액티브X를 웹표준으로 전환하겠다!’는 구호와 제안은 사실 꽤나 무책임한 일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하려는 것이라서다. 벌써 각 기관·단체들이 액티브X를 걷어 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는 모양이다. 억지로 웹표준으로 만들겠다고 사업예산을 따가겠지만, 액티브X로 되어 있는 기능들은 대개 웹으로 할 수 없는 일들, 그러니까 이미 웹이 아니다. 웹이 아닌 것을 웹표준으로 하겠다고 하니 잘 안된다. 불가피한 상황을 결국은 만난다.

쓰레기통이 아니라 쓰레기를 치워야

우리 사회에서 액티브X란 웹표준으로 소화될 수 없는 모든 수요를 쓸어 담아 놓고 뚜껑을 닫은 쓰레기통 같은 것이다. 지금의 액티브X 대책이라는 것들은 그 철물 쓰레기통이 이제 녹슬어 보기 흉하니 플라스틱으로 바꾸자는 일이다. 새것이라 깨끗해 보여도 낡으면 더 흉해질 것이다. 국민들은 냄새가 난다고 아우성인데, 무의미한 용기(容器) 교체에 예산이 투하되는 것은 납세자로서 용납하기 힘든 일이다. 결국, 언젠가 쓰레기통 앞에서 해야 할 일은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다. 소각할 것, 재활용할 것에 직접 손을 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쓰레기를 웹으로부터 멀리 그러니까 앱의 세계로 거둬 가는 일이다.

물론 생각해 보면 그 ‘쓰레기’들이라는 것. 다 사연이 있다. IT 강국, 전자 정부의 경쟁력을 만든 차별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해보려던 나름의 노력이었다. 부조리도 없지 않았지만, 한국형 생활 방식이었다. 돌이켜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일은 문화를 바꾸는 일,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한 듯한 느낌이 들려고 무의미한 일을 해서는 곤란하다. 지금의 ‘불가피성 설치 파일’ 대책은 다른 브라우저를 지원한다는 명분이지만 그릇만 바뀌고 내용물은 동일하니, 여전히 윈도우에서만 돌아간다. 또 설치되는 것에 대한 자율적 통제가 힘들어 사용자 PC 환경을 지저분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웹이 아닌 것에 웹표준을 자꾸 들먹이니 불협화음이 생긴다.

이제 웹을 놓아주고 앱과 API로 가야

웹이 아닌 것을 웹표준으로 만드는 일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표준이란 것은 그것이 충분히 그리고 보편적으로 필요할 때 비로소 이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열심히 쓰이는 기능이 있더라도 이것이 보편적이지 않다면 또 세계인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다면 표준으로 수용되지 않는다. 물론 때로는 정치력을 발휘해 표준의 입지에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표준이 제품에 장착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별 필요 없는 것들을 갑자기 표준화해 세계인이 함께 쓰는 브라우저 기능으로 탑재할 절실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탑재되더라도 ‘실험기능(Experimental)’으로 적용되니, 전국민 대상의 보편적 서비스로 쓰기는 곤란하다.

이제 앱은 앱의 자리로 돌려보내고, 웹을 해방하자. 그리고 그 앱에 담긴 한국적 절차가 과연 정말 필요했는지도 쓰레기통을 열어 분리수거를 시작할 때다.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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