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4대 그룹에 대해 “오는 12월까지 긍정적 변화의 모습이나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구조적 처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12월 정기국회 법안 심사 때까지가 1차 데드라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와 6월말 4대그룹과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대기업집단(재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우리 대기업집단들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은 자산 5조원 이상 45개 재벌을 대상으로 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실태점검과 관련해서는 “잠재적 조사 대상 그룹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실적으로 다 조사할 수는 없는 만큼 가급적 한 자릿수 이내로 압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 그룹에 대해 “지금같이 시간만 낭비하다간 삼성 같은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다수가 현대차의 지배구조 리스크로 순환출자 구조를 떠올리지만, 제가 의미한 현대차의 ‘빅(big) 리스크’는 지배구조 개선이나 사업 방향과 관련해 아무 결정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장을 맨 위에 놓고 모든 가신그룹이 회장만 받드는 구조가 형성되며 사업구조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삼성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총수가 병원에 실려 가며 결국 부회장이 감옥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1~2012년 현대차 사업이 한창 잘 나갈 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액션’을 취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너무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이미 몇 차례 반복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현대차가 직면하고 있는 지배구조와 비즈니스 리스크가 무엇인지에 대해 판단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고, 최고 경영자(CEO)로서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전 부회장의 경영 공백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계열사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자사주 소각을 너무 빨리 발표한 것은 눈앞의 소송에 급급해 비즈니스 강화가 아닌 지배주주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잘못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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