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일자로 자산 5조원 이상 57개 재벌(공기업은 제외)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상위 5대 재벌과 하위 재벌 간에 그룹 규모와 경영성과 측면에서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발표했다. 자산이 5조원(지난해말 기준)을 넘는 57개 재벌은 지난해 4월 기준에 비해 4개가 늘어난 것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재벌은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부당이익 제공(일명 일감몰아주기)이 금지되고, 대규모 내부거래와 비상장사 중요사항 등 각종 공시의무를 지게 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상호출자제한, 신규순환출자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 재벌의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면서,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에 대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제도를 새로 도입해 이번에 처음 지정했다.
자산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은 재벌은 동원, 에스엠(SM), 호반건설, 네이버, 넥슨 등 5곳이고, 현대는 구조조정 여파로 자산이 5조원 밑으로 떨어져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의 평균 자산과 매출액은 1년새 줄었으나, 당기순이익은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낮아졌다. 외형은 줄었지만 내실은 좋아진 셈이다. 평균 자산은 33조1천억원에서 32조3천억원으로 8천억원이 줄었고, 평균 매출은 23조3천억원에서 21조6천억원으로 1조7천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9300억원에서 9400억원으로 100억원이 늘었고, 평균 부채비율도 79.6%에서 76%로 개선됐다.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의 전체 계열사는 1980개로, 그룹 당 평균 계열사 수는 34.7개였다.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의 계열사 수는 2014년 1579개로 바닥을 친 뒤 3년째 계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위 5대 재벌과 하위 재벌간의 양극화가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상위 5대 재벌이 전체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 53%, 매출 56.2%, 당기순이익 70.5%에 달했다. 또 자산 대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비율이 상위 재벌일수록 높았다. 상위 5대 재벌의 평균 자산 대비 평균 매출액은 71%로, 상위 31개 집단의 67.5%, 하위 26개 집단의 61.6%보다 높았다. 또 평균 자산 대비 평균 당기순이익도 5대 재벌이 3.9%로, 상위 31개 재벌의 3%, 하위 26개 재벌의 2.7%보다 높았다.
공정위는 “앞으로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재벌과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재벌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해 시장감시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재벌의 주식소유 현황 등을 분석해 재벌별 내부지분율과 순환출자 현황 등을 공개하고, 올해 안에 내부거래, 채무보증, 지배구조 현황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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