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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 원전 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등록 2017-09-05 11:32수정 2017-09-05 11:44

박종운 교수에 반박하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겨레 위코노미에 게재된 박종운 교수의 한국 원전산업 경쟁력 관련 기고(한국 원전산업 경쟁력이 최고라는 거짓말) 내용 중 기술 경쟁력에 대한 부분은 각 이해 당사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 독자들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원전 산업의 특성과 국가간 경쟁 관점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UAE에 수출한 APR1400 원전의 초기 설계개발 단계부터 참여했고, 수 년 간 미국정부의 설계인증 추진 책임자로 프랑스/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현장 한 가운데에서 우리 원전의 기술수준에 대한 평가와 기술장벽 극복을 위한 고민을 해온 당사자임을 미리 밝혀둔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 박종운 교수는 ‘한국은 원전 공급국 중 유일하게 원천기술이 없다’고 주장하고 ‘원천기술이란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특허권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미국기술에 지속적으로 종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주장 모두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정확한 팩트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원전 건설기술과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기기/부픔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한국은 원전 시장에서 경쟁하는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안전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또한 그 근간이 되는 우수한 기술인력은 세계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원전은 아무리 앞선 기술이라도 실험적으로 검증되거나 타 산업분야를 통해 그 적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은 활용할 수 없다. 원천기술만을 강조하여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나 그 발전소를 누구에게 판단 말인가? 원전을 수입하려는 국가는 반드시 두 가지 질문을 한다. ‘그 원전을 적기에 건설해서 운영해 보았는가?’와 ‘미국 정부의 엄격한 설계인증을 통과했는가?’이다. 원전기술이 없는 신규 수입국으로서는 눈에 보이는 실적과 미국의 인증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한 전략이다. 그래서 한국은 프랑스/일본과 미국 설계인증분야에서도 10년 간 경쟁해 왔으며 최종적인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프랑스/일본이 이미 실패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국가는 지금은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한국이 2등인 미국에 뭐 하러 설계인증을 신청하나?’는 박종운 교수의 주장은 시장의 속성과 전혀 동떨어진 우문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가 3천만 달러의 심사료가 매력적이라서 APR1400의 설계인증을 해주려 한다?’ 심사료는 심사기간에 비례하므로 돈이 탐났다면 심사를 지연시켜서 더 받아내려고 했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원전산업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건설 기간, 교류경험이 풍부한 한국의 원자력기술 수준 등 신규 수요국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의 존재가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종운 교수 주장 중 UAE 원전 건설시 벡텔사가 사업비 일부를 받아간 것은 사실이나 기술료가 아닌 소액의 용역 대금일 뿐이다. 자국 원전에 필요한 핵심기자재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는 항상 우리나라에서 고가로 구매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더 기분나쁠 지 모른다.

박종운 교수가 미국 것을 쓰고 있다고 폄하하는 설계분석용 전산프로그램을 보자. 우리나라는 기술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년에 걸쳐 미국 것보다 더 우수한 국산을 개발했으며 인허가가 완료되어 향후 모든 원전설계에 이를 활용할 예정이다. 시장이 열린 시점에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아 UAE 사업에는 미국 것을 썼을 뿐이다. 일본은 이미 80년대 중반에 전산프로그램의 자체개발을 끝냈으나 2007년 미국 설계인증 추진시에 수 십 년 전부터 사용해온 미국 전산프로그램으로 설계한 결과를 제출했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 인증받은 적이 없는 프로그램을 새로 인증 받으려면 그 기간만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필수이나 더 결정정인 것이 ‘시장진입 시기’라는 것은 상식적 수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새로 개발된 안전설비의 검증을 위해 수 많은 실험연구를 정부와 한수원의 지원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로 수행해 왔다. 지금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자발적으로 우리 실험연구를 전 세계 원전 관련 기관에 우수사례로 홍보할 정도로 기술력과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필자는 그 홍보현장에 참석한 적이 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에 인건비를 직접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원 월급은 연구비 수주를 통해 벌어와야 하고 기관운영을 위한 간접비도 연구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연구에 투입된 설비비용은 총액의 40% 정도이다. 박종운 교수는 원자력 관련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한국의 투자액은 미국이나 일본의 100분의 1 수준인 80조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필자는 한국 원자력계가 달성한 현재 원전기술 수준은 투입비용 대비 기적적 결과라고 생각한다.
박문규 교수
박문규 교수

박종운 교수가 주장하는 원천기술은 발전용 경수로에 관한 한 이미 수 십년 지나 실효된 원전의 형태와 원리에 관한 것이나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되는 원천기술이 무엇인지 필자뿐아니라 주변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도 찾지 못했다. 기술을 수입할 수 밖에 없었던 오래된 과거의 기술수준 논란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그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

박문규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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