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자력 전문가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원자력 정책과 핵발전소 전문가인 일본 마쓰야마대 장정욱 교수(경제학)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커피숍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은 23기에 투자한 안전대책 비용 1조2000억원 그쳐
“추가 투자라면서 무슨 설계 보완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일본 모든 핵발전소 멈춘 뒤 3% 전력예비율로도 정전 없어
한국 22~23% 유지…쓸데없는 설비 투자 많이 했다는 뜻
수요관리정책으로 문 대통령 말한 60년보다 빨리 탈핵 가능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경제학)는 원자력 정책과 핵발전소 전문가다. <재처리와 고속로>란 책을 냈을 정도로 핵발전소 사용후연료 재처리 문제에 관심이 많다. 25년 동안 원자력 정책을 연구한 경제학부 교수로서 핵발전소 밀집지역과 지역경제의 상관관계도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다. 경주 지진 1년을 맞아 관련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한 장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핵발전소가 경제성이 좋다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필요한 안전대책 비용과 안전설계를 고려하지 않고 싸다고 하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핵발전소에 들어갈 미래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원자력계 마피아와 지난 정부가 추진한 핵발전소 행정이 문제이지, 지역 주민을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들이 에너지 자원을 바람직하게 배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Q.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본격 활동을 시작하면서 원자력업계의 ‘원자력이 가장 경제성이 좋은 발전원’이란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A. “저는 핵발전소가 결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비용을 215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조차도 계속 커질 것이다. 한국은 이런 사고대책 비용을 제대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 또 여전히 해결 못 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핵발전소의 경제성이란 것은 계산하기 나름이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재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시설 투자를 많이 해서 사고 확률이 떨어졌다’면서 핵발전소들에 대한 사고대책 비용을 축소해서 발표했다. 사고 직후엔 핵발전소가 비싸다더니 지금은 석탄발전 다음으로 싸다고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만 해도, 관리 기간을 100년으로 잡느냐 200년으로 잡느냐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로 계산된다.” Q. 한국이 핵발전소 안전을 위해 적절한 투자를 하고 있나? A. “아니다. 한국이 후쿠시마 사고 후에 국내 원전 23기에 투자한 안전대책 비용이 1조2천억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원전과 같은 모델인 가압경수로(PWR) 원전인 일본 에미에현 이카타 핵발전소 2기에 후쿠시마 사고 후 투입된 추가 안전대책 강화 비용만 2조원이다. 도대체 추가 투자라고 하면서 무슨 설계를 보완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 핵발전소에는 전원공급이 끊겼을 때 사용해야 하는 비상 전원차의 수도 매우 적다. 일본엔 발전소 1기당 전원차 3대가 있는데, 한국엔 1본부당 1개(총 23기에 5대)가 있다. 일본은 2013년 원자력안전법에 최신의 안전기술을 반영하지 않은 핵발전소는 가동을 정지시키는 ‘백 피트’(Back Fit) 조항을 넣었는데 한국에선 이런 법제화도 안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중대사고 발생시 격납 건물 내 과도한 압력상승을 방지하고 방사성 물질을 여과해 배출할 수 있는 ‘여과 배기’ 설비도 노후원전 월성1호기에 밖에 없다. 이런 필요 시설을 제대로 갖추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이다. 도대체 일부 전문가들이 뭘 믿고 핵발전소가 제일 싸고 안전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Q.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두고 일각에선 전기 공급이 부족해질 거라고 우려한다. A. “일단 일본 사례를 보자.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핵발전소가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사고 후 전력예비율은 3%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정전이 된 적이 없다.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 가정 전기 수요는 10%가 줄었는데 지금도 수요량은 그대로다. 원래도 줄이면 줄일 수 있었던 전기 소비였던 셈이다. 한국은 지금 전력예비율이 평시에 22~23% 정도다. 이건 그만큼 쓸데없는 설비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의 전기 공급은 지금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 피크타임(전력 수요가 많은 시점) 공급 부족 걱정하는데, 이는 수요관리 정책을 확대해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공급 위주의 전력 정책을 썼다. 그러나 민간기업 등 전기사용자가 전기를 아낀 만큼 금전적 보상을 받는 수요관리(DR)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도 전기를 아끼면 전력회사가 포인트나 보조금을 주는 제도도 만들 수 있다. 수요관리정책을 잘 쓰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60년보다 빨리 탈핵이 가능할 것이다.”
일본 마쓰야마대 장정욱 교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