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지난해 치매에 의한 사망률이 10년 전보다 두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지난해 다소 떨어졌지만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취업난 등 팍팍한 청년층의 현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6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치매에 의한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은 17.9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8.7명)에 비해 10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치매에 의한 사망자수는 9164명으로 10년 전보다 114.1% 늘었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에 의한 사망도 급증한 것이다. 치매에 의한 사망은 혈관성 치매·알츠하이머병·상세불명의 치매에 의한 사망을 집계한 것으로, 치매에 의한 사망률이 공표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10대 사망원인은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자살, 당뇨병, 만성 하기도 질환(기관지염·천식 등), 간 질환, 고혈압성 질환, 운수 사고 등의 차례였다. 전체 사망원인의 69.5%를 차지하는 이들 10대 사인에 큰 변동은 없었고, 2015년과 비교하면 9·10위 사망원인인 고혈압성 질환과 운수 사고가 서로 순위를 바꿨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수는 28만827명으로 사망원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사망원인 1위인 암에 의한 사망률은 153.0명으로 전년 대비 2.1명 늘었다. 암 사망률은 폐암(35.1명), 간암(21.5명), 대장암(16.5명), 위암(16.2명), 췌장암(11.0명) 순이었다. 대장암의 사망률은 처음으로 위암보다 높아졌다. 전년 대비 간암, 위암, 자궁암 등의 사망률은 줄었고, 폐암, 췌장암 등의 사망률은 늘었다.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25.6명으로 전년보다 0.9명(-3.4%) 줄었다.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1만3092명으로 421명 줄었다. 그러나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들의 평균 자살률은 11.8명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자살률이 전년보다 13.5% 줄고, 60대와 80대 이상도 각각 6.1%, 6.6% 줄었다. 그러나 10대와 20대 자살률은 2015년보다 16.5%, 0.1% 늘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실업률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도별로 보면 암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으로 표준인구 10만명당 106.8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반면 서울은 91.4명으로 가장 적었다. 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울산(35.6명)이 가장 높고, 제주(23.1명)가 낮았다. 자살은 충북이 27.5명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이 19.8명으로 낮았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폐렴, 고혈압성 질환, 치매로 인한 사망 등 노인성 질환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자살률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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