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경쟁력 26위…4년째 제자리 걸음

세계경제포럼 평가 결과 발표
2014년 이래 4년째 역대 최저 순위
노동시장·금융시장 성숙도 하위권

세계경제포럼(WEF)이 매해 발표하고 있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138개국 가운데 26위로 평가됐다. 2014년 역대 최저치인 26위로 내려앉은 뒤 4년째 반등에 실패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137개국(경제권)을 대상으로 거시경제의 건전성과 금융·노동시장의 효율성, 기업의 혁신도 등을 바탕으로 한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4년 연속 26위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2007년 최고 순위인 11위까지 올랐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12년 19위, 2013년 25위로 내려앉은 뒤 2014년부터 4년째 26위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에서 확보한 통계와 각국의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매해 각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저명한 경제학자, 기업인, 정치인 등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경제의 전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민간회의체다. 개최 장소의 이름을 따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3대 분야로 나눠 지표를 평가하고 있는데, 거시경제·인프라 등을 다룬 ‘기본요인’ 분야는 지난해 19위에서 올해 16위로 소폭 상승했다. 공공부문 투명성과 정책결정의 투명성이 고루 상승한 덕이다. 도로(12위), 철도(7위), 항공(13위) 등 인프라 부문도 지난해 10위에서 8위로 두계단 올라섰다.

그러나 노동시장 효율과 금융시장의 성숙도 등이 포함된 ‘효율성 증진’ 분야는 26위로 지난해와 같은 성적표를 받았고, 기업활동을 주된 평가 대상으로 하는 ‘기업혁신 및 성숙도’ 분야는 지난해 22위에서 23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특히 노동시장 효율성(73위), 금융시장 성숙도(74위) 등은 하위권에 머물었다.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은 선진국 중에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12개 부문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특히 노동시장의 낮은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성적 요인”이라며 “경쟁국에 대비해 혁신역량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라별로는 스위스, 미국, 싱가포르가 지난해에 이어 1~3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순위가 맞바뀌었다. 이어 네덜란드, 독일, 홍콩, 스웨덴, 영국, 일본, 핀란드 순이었다. 일본은 지난해 8위에서 한단계 내려갔고, 홍콩은 지난해 9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물론 국가경쟁력 평가에 대해서는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민간 단체인 세계경제포럼이 임의적으로 추출한 통계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기는데다, 각국 최고경영자들의 설문조사가 평가항목 가운데 절반 이상 반영돼 ‘친기업적’ 시각만 수치화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상위권 국가들은 노동 및 금융시장 효율성, 기업혁신 등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와 혁신성장 등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