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의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칼을 뽑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사진)은 취임 이후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10일 친족분리 회사는 분리 이후 일정기간 모그룹과의 거래내역을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부당지원 행위가 적발되면 친족분리를 취소하는 내용으로 ‘대기업집단 계열분리제도’의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제3조2의 3항)은 친족분리된 회사가 분리 이후 3년 내 분리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 취소하게 되어있다. 공정거래법은 그동안 모그룹과 친족기업이 각각 상대방 주식을 3% 미만으로 갖고 있고, 임원겸임이 없으며,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는 경우에만 계열분리를 허용해 왔는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모그룹의 부당지원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셈이다.
공정위는 친족기업에 대한 실태파악과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현재 시행령상 3년으로 되어 있는 분리요건 준수기간을 5년 등으로 좀 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2월초 시행령 개정절차에 착수해 내년 4월 대기업집단 지정 이전에 개정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공정위 개선안은 국내 재벌이 경영승계 및 분화 과정에서 다수의 친족기업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계열분리 이후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다. 공정거래법은 2014년 개정을 통해 재벌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인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친족기업은 법상 모그룹에 속해있지 않아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서도 주요 재벌그룹과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지난 2015년 김기식 전 의원에 제출한 친족기업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4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된 48개 친족회사 중에서 분리 뒤 한해라도 모그룹과의 거래의존도가 50% 이상인 회사가 23개(4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예로 단체급식사업을 하는 현대백화점 계열의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차·현대중공업 등 모그룹인 범현대가의 구내식당을 도맡고 있다. 또 아워홈도 모그룹인 루엘지·지에스·엘에스 등의 구내식당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
공정위 개선안이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근절로 이어질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경제개혁연대의 이은정 실행위원은 “시행령이 개정되도 새로 계열분리된 친족기업만 규제를 받기 때문에, 이미 계열분리된 친족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근절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근절 대책으로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전처럼 계열분리 요건에 ‘거래의존도’ 조항(최근 1년간 회사별 매출입 상호의존도 50% 미만)을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이미 분리된 친족기업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금지조항(법 23조1항 7호)으로 규제할 수 밖에 없다다”면서 “재벌들이 3·4세로 승계가 진행되면서 친족기업 분리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직접 거래내역을 확인해서 부당지원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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