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왼쪽 둘째)이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맨 왼쪽)에게 협상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계속된 농민들의 항의로 공청회는 사실상 무산됐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산업통상자원부와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0일 열린 공청회에서 내놓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 조사 결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 지역무역협력팀장은 관세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품목을 미국 쪽의 요구로 추가 개방할 경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0004~0.0007% 추가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비자 후생은 0.12~0.24억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치들”이라며 “중요한 것은 협정 개정이 농축산업을 비롯한 각 산업에 끼칠 영향인데 그런 내용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하려면 꼭 거쳐야만 하는 공청회에서 기초 자료도 부족한 셈이다.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한국을 압박하는 미국 요구에 맞추려고 관세를 더 일찍 없애거나, 더 많이 내릴 품목 가운데 제조업 분야는 별로 없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 4년간 2.5%로 적용되다가 지난해 1월 폐지됐다. 이 때문에 미국이 요구할 것은 지식재산권·법률·금융 등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과 원산지·노동·환경 규제 완화, 농축산업 추가 개방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영귀 팀장도 “잔여관세 품목이 제한적이고 관세율 수준도 높지 않아 (협정 개정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비관세장벽 철폐·완화 및 여타 분야를 고려하면 거시경제적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농업 부문의 추가 개방은 없다는 입장이다.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공청회 개회사에서 “국익 최우선과 이익균형 관점에서 (미국과) 협의하겠다”며 “특히 농업 부문은 우리 경제에서의 중요성과 상징성을 인식하고 추가 개방은 어렵다는 확고한 입장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축산업계는 정부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농축산업을 빼면 관세 인하 또는 폐지를 할 만한 품목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3월 낸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무역장벽 시장으로 쌀과 쇠고기를 꼽았다.
산업부는 통상절차법이 정한 대로 공청회 다음 단계인 국회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국회와 보고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고까지 끝나면 개정 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개정 협상이 가시화할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한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한-미 에프티에이 협의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양희 교수는 “우리 정부가 개정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며 “각 산업별로 우리 쪽 입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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