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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카풀앱 논란, 왜 직업은 면허로 보호되어야만 하는가?

등록 2017-11-24 17:29수정 2017-11-24 17:34

Weconomy | 김국현의 IT이코노미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이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중형차 한 대가 여러분 앞에 섰다고 하자. 처음 보는 번호판에 처음 보는 운전수다. 여러분은 이 차에 올라탈 용기가 있을까?

하지만 차 지붕 위에 택시라고 빛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는 그 차를 택시라고 허락한 이들, 이 경우 관(官)을 믿기에 이 중형차도 믿기로 한다. 면허란 대개 그런 식이다. 의사도 변호사도 다른 모든 직업 면허도 결국 마찬가지다. 눈앞의 타인은 믿을 수 없지만, 나라가 대신 신용을 보장해준다면 괜찮다.

하지만 우버는 어떻게 생긴 누가 운전하고 있는 어떤 차가 지금 다가오고 있는지 미리 알려준다. 그 사람이 쌓은 별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운전자는 손님이 탄 후 운행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목적지도 알지 못하니, 승차거부를 할 수도 없다. 택시 마크는 보이지 않는 평범한 중형차 한 대지만, 내 스마트폰에는 택시 마크 이상의 신뢰를 주는 정보가 들어 있다.

이 순간 직업면허의 가장 큰 존재의미였던 소비자의 안전과 권익 보호라는 명분은 흔들리게 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아니 오히려 객관적으로도 소비자의 편익과 후생에 더 도움이 되는 방식이 어느날 나타나서 직업면허 소지자가 해왔던 일상을 흔들기 시작한다. 호출할 때 행선지를 미리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결제가 알아서 처리되는 편익, 요금 경쟁 등 우버의 영업금지와 함께 사라져 간 것은 어쩌면 소비자의 후생이었다.

아무리 손님을 안전하게 모실 능력이 있더라도 면허가 없으면 무법자에 불과하다. 면허는 무능한 무자격자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나, 이를 유지하는 것은 이해관계다. 그 결과 대개의 직업면허는 자격증과는 달리 통제를 요구하기에 공급량이 규제된다. 공급이 조절되면 당연히 기득권익이 생기게 마련이다. 일단 진입하여 세이프하면 그다음에는 별점조차 줄 방법이 없어서 평판의 추적이 힘들다. 능력과 평판을 추적할 네트워크와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 면허는 최선의 방편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할 자격이 있는지 그 능력과 평판이 수시로 계산될 수 있다면 면허에 의한 통제는 퇴색되어 간다. 모범운전사보다 더 손님을 잘 모실 수 있는 드라이버가 분명 있을 수도 있는 셈이다. 아예 기계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지녀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그렇게 직업의 진입 장벽을 흔들어댄다. 또 다른 면허산업 의료와 법조도 지금 인공지능 앞에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폰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깨트린다. 스마트폰을 통해 마주하는 직업인을 스캔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진정한 소비자 보호란 바로 이 비대칭성의 타파에 있다.

하지만 이는 아무래도 좋다. 면허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면허 소지자를 보호하는 장벽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기 총량규제의 면허는 하나의 기득권익이 된다.

왜 길 건너 치킨집은 계속 생겨도 괜찮고, 면허로 보호받는 직업은 그렇지 못할까?

카풀앱 상생 토론회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이다. 20일은 택시업계가 밀어닥쳤고 22일은 오기로 한 기관이 불참을 통보해 무의미해져 버렸다.

상생? 번역이 힘든 한국적 단어다. 단어는 따뜻해 보이지만 실은 시장의 파이를 관의 조율로 나누는 일을 뜻한다. 평온한 일상 갑자기 상생을 논한다면 인허가로 직업면허를 유지해온 관이 약속을 어기는 셈이니, 택시업계로서는 ‘어딜 감히’의 포효를 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생의 혼돈에는 늘 시민과 소비자는 빠져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상생의 노력이 아니다. 가장 좋은 제품과 안전한 서비스일 뿐이다. 이 사소한 사실을 망각한 채, 관은 우왕좌왕한다. 관에 규제의 권한을 허락한 것은 공급자로부터 소비자로서의 우리를 지키기 위함이지, 공급자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이 사소한 사실 또한 망각하곤 한다.

기득권익은 달콤하다. 그것이 아무리 소박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권익의 붕괴를 막으려 목소리를 내는 편이 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궁리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일 때, 한 사회는 변화를 멈춘다. 물론 변화를 멈추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그 변화의 말로가 모두가 거대 시스템에 매달려 끊임없이 평가받는 일용직이라면, 나와 너만이라도 진입 장벽이 높은 안정적 직업을 갖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임기 안에는, 내가 퇴직하기 전까지는 내 관할에서는 그동안의 일상이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어차피 장벽 밖 시민과 소비자의 일상은, 각자의 몫이니까.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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