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은 지난 6월18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공정위는 하도급 관계에서 양쪽이 대등한 협상력을 갖도록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개혁과제와 당장 발생한 갑을 관계 문제 해결이란 두 개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며 연내에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등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해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들고 중소기업 간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하도급 공정화 종합 대책에는 원사업자와 하도급 업체 간 전속거래 완화 방안, 1차 협력업체 외에 2차 협력업체의 거래조건 개선 방안, 하도급업체에 일방적 비용 부담시키는 특약 억제 방안 등 총 20여 개 세부과제 포함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가 계속 생겨나는 것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라며 “(이미 공정한 거래 관행을 갖춘) 선진국에선 사례를 찾을 수 없고 우리 현실에 맞는 대책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갑을관계 개선을 위해 각종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데 대해 ‘사업자 간 관계는 사적 자치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 한 반박 성격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선진국에선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등에 우리가 담으려는 내용이 계약법과 노동법, 환경법 등에 다 들어가 있다”며 “우리는 그런 조건이 안 돼 있으므로 그런 법률에 담겼어야 하는 내용들을 가맹법 등으로 가져오는 과도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범정부 차원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기술보유 유관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특허청, 경찰청 네 곳이 맺은 업무협약을 필요하다면 산업통상자원부 등까지 포함해 확대 강화할 것”이라며 “관련부처 협업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각 기관의 실무자들끼리 이마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공정위와 협의해 “연내에 기술탈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9월에도 기술탈취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신고가 없어도 직권조사에 나서겠다는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한 출입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도 “경제민주화의 시작은 재벌개혁이지만 본령은 갑질 근절에 있다”며 “우리 사회를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또 “6개월 안에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발상으로 지난 30년간 개혁이 실패했다”며 “혁명이 아닌 진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해선 “재벌 문제 해결 방법은 재벌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그 방법을 실행하는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합병 문제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관계가 핵심인 삼성 문제를 보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바꿔서 금산분리 규제를 사전적으로 강하게 규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금융감독통합시스템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질서가 정상화된 나라라면 기본적 장치를 통해 해당 그룹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하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강연장을 찾은 중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16.4% 인상 등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크게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그런데 어떤 것은 조금 더 빨리 구체화되어서 나가고, 어떤 것은 좀 시동을 거는 데 시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 초기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렸기 때문에 중소기업 분들이 새 정부 정책 방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제 각 부처가 긴밀한 연관 관계에서 선순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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