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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로비로 뒤집힌 ‘순환출자 해소방안’ 2년 만에 바로잡아

등록 2017-12-21 18:35수정 2017-12-21 22:24

물산 합병 순환출자 ‘강화’ 아닌 ‘신규’ 해석
공정위 애초 물산 904만주 전량매각 판단
김학현 부위원장, 삼성 미전실 청탁받고
실무진 무시 500만주 처분으로 줄여
청와대도 수시 보고·압력 행사 확인

공정위 성공한 로비에 가이드라인 수정
법원 판결문에 ‘삼성 로비 결과’ 적시
김상조 “과거의 오류 통렬히 반성
확정판결 아니지만 공익 위해 결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삼성로고가 보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삼성로고가 보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만에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의 해석을 수정한 것은 기존 가이드라인이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등의 청탁으로 왜곡됐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후속 조처 성격이 짙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 과정에서 삼성 미전실과 청와대, 공정위 임원 간 청탁 관계가 드러나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둘 수도, 잘못된 행위를 묵인한 채 넘어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공정위가 내용적 완결성은 물론 정당성도 지키지 못했던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밝힌 관련 가이드라인을 최근 전원회의를 통해 일부 오류를 고쳤다. 이 사안을 판단할 때 핵심은 순환출자 고리 안의 소멸법인(삼성물산)과 고리 바깥의 존속법인(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이것을 순환출자 ‘강화’로 볼 것인지, 아니면 순환출자가 ‘새로 형성’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기존 고리의 ‘강화’로 보면, 강화된 부분만 처분하면 된다. 반면 새로 형성된 경우면 고리 자체를 끊어야 해 지분 모두를 처분해야 한다.

2015년 9월 합병 삼성물산이 출범한 이후 수개월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실무진은 애초 신규 순환출자 형성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하게 된 합병 삼성물산 주식 904만주(4.7%) 전체를 처분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달랐다. 기존 고리의 강화로 판단해 제일모직에 대한 주식(500만주, 2.6%)만 처분하도록 했다.

공정위 결정이 뒤집힌 배경에는 삼성 쪽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올해 8월 1심 판결문을 보면, 2015년 11월 김종중 전 삼성 미전실 전략1팀장(사장)은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을 만나 “공정위에서는 자꾸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하는데 로펌에서 검토하기로는 팔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잘 좀 들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실무자들의 잠정안 외에 제2안(기존 고리의 강화)을 추가해 이를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경제수석과 최상목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인사들도 수시로 거들었다.

결국 삼성에스디아이의 의무 처분 주식은 절반 가까운 500만주로 줄었다. 이를 통해 삼성은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지분 중 외부에 풀리는 물량을 줄일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삼성에스디아이가 2016년 처분한 삼성물산 500만주를 이재용 부회장이 2천억을 들여 130만주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만주를 매입하는 것만 봐도 삼성물산 지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4.1%)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로비 행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잇따르자 공정위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변경을 결정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법원이 (공정위의 기존 결정은) 삼성 미래전략실의 성공한 로비의 결과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아직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공정위는 이런 상황에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방침을 변경하는 게 옳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입장에서는 기존 신뢰가 침해됐다는 것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그것은 헌법상 보장된 삼성의 권리이고 그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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