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종교인 소득 과세 방안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고 지적한 뒤, 기획재정부가 21일 종교활동비를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내놨지만 특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재부는 쟁점이었던 종교활동비를 비과세 소득으로 유지하되, 종교단체가 해마다 그 내역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수정안은 22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공포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 필요성이 제기된 지 50년 만에 첫걸음을 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지만, 소득세법과 그 시행령이 과세의 기본 원칙인 조세형평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참여연대는 이날 “종교인 과세 소득의 범위를 종교단체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어 세무조사를 해도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 식 종교인 과세’라고 비판했다.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종교인 과세는 지금까지 왜 이뤄지지 않았나?
“과거 우리나라는 종교인 소득에 대해 관행적으로 비과세 처리를 해왔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1968년 처음으로 종교인에게 갑종 근로소득세 부과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종교계 반발로 철회했다. 이후 2013년 정부가 ‘세금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2년간 심의해 2015년 입법했고, 2년 유예를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종교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가 특혜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첫째, 소득세법이 정하는 ‘근로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 부담이 적다.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해 근로소득세와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지만, 기타소득에는 필요경비가 30~80% 인정된다. 그 결과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5천만원(월 417만원)인 종교인이 내는 원천징수액은 월 5만730원으로 임금노동자의 절반 수준이다. 둘째, 과세 범위가 좁다.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종교인 소득 범위를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으로 제한했다. 다른 종교단체나 신자들이 개별적으로 건네는 사례비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종교활동비는 왜 수정됐나?
“애초 종교인 과세 시행령에서 비과세 항목은 입학금과 수업료 등 교육비, 식사·식대, 여비, 종교 의식에 사용하는 의복과 물품, 천재지변 등 재해로 인해 받은 지급액 등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기재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어 비과세 대상에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은 ‘종교활동비’를 추가했다. 액수에 상관없이 종교단체가 종교활동비로만 지급하면 세금을 물지 않게 돼 종교인 월급은 줄이고 활동비는 늘리는 편법이 생길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기재부는 종교활동비 내용을 해마다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 등 납세협력의무를 일반 납세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조처지만, 무제한 비과세는 그대로 유지해 논란이 이어진다.”
―종교인 소득은 세무조사를 받지 않나?
“소득세법상 종교인 소득은 세무조사 대상이다. 하지만 세무조사 대상은 ‘종교단체의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 중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부분’으로 제한돼 있다. 특정 직종에 한정해 세무조사의 범위를 좁혀놓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종교단체가 종교인 회계와 종교단체 회계를 구분해 관리하도록 했다. 종교단체 회계장부는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다. 일반 납세자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소득세법의 취지를 고려해 유지하기로 했다.”
―종교인 소득 과세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전체 종교인(23만여명 추정) 가운데 세금을 한푼이라도 내는 경우는 전체의 20% 수준인 4만6천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미 천주교(1994년)와 대한성공회(2012년)가 교단 차원에서 자진 납세하고 있어, 추가 세수는 100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대다수의 종교인들은 소득이 적어서 필요경비와 기본공제, 인적공제 등을 받으면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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