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하는 다주택자를 판단할 때 3억원 이하 지방 주택은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30살 이상 무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을 양도할 때도 추가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다.
7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을 보면,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외 지역의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은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다주택자를 계산하기로 했다. 또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소속이라도 군·읍·면 지역이라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면 2주택자는 기본 양도세 세율(6~42%)에 10%포인트를, 3주택 이상자는 20%포인트를 더해 중과세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광명시와 화성 동탄2 신도시, 부산 해운대·연제·동래·수영·부산진·남구·기장군,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등 40곳이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조정대상지역의 집을 처분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다주택자들은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는 많이 내리지 않는 서울 강남구 등 인기 주거지역 아파트는 보유한 채, 지방의 아파트를 팔아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려 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외 지역의 3억원 이하 집은 다주택자로 판단할 때나, 양도세 중과 때 아예 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 10억원 아파트와 강원, 전남에 3억원 주택 2채 등 총 3채가 있는 경우 3주택자가 아니라 1주택자로 보고 서울 아파트를 팔아도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다. 또 다주택자가 부산 기장군에서 3억원 이하 주택을 팔아도 군·읍·면 지역이라서 역시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빠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방에 주택이 1채 이상 있고, 서울에 1채 있으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지방 주택을 팔 필요가 없다”며 “(다주택자들이) 지방 부동산을 먼저 팔아 애꿎은 지방 주택시장만 타격을 받지 않도록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세 중과 예외 범위를 더 넓혔다. 자녀 학교나 직장 등 때문에 수도권 밖에서 취득가액 3억원 이하의 집을 사들였거나, 결혼하거나 부모와 합치려고 집을 파는 경우에는 양도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할 때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아 2주택자가 된 공무원들은 시세차익이 남더라도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분양권을 팔면 오는 4월부터 세율 50%를 적용하지만, 30살 이상이거나 배우자가 있는 무주택자는 적용 예외로 정했다. 이들은 실수요자이지 투기꾼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중과 제외 대상을 정한 것은) 양도세 틀 자체는 흔들지 않으면서 부동산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은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궁극적으로는 보유세가 강화돼야 강남 아파트를 쥐고 있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공평 과세, 소득과의 형평 문제, 거래세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유세를 검토할 것”이라며 “국민 생활에 상당히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기에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개편안은 지난해 소득세·법인세 인상처럼 일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2017년 기준)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91%)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이달 안에 꾸려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진 뒤, 이르면 오는 7~8월께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보유세 개편안을 담을 계획이다. 조세재정개혁특위는 세제·재정 전문가와 시민단체 및 경제단체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을 포함해 30명 정도의 민간위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해당 위원들의 인선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정은주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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