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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노동자 경영참여 활발한 유럽, 갈등 줄어 성장 밑천으로

등록 2018-01-08 07:33수정 2018-01-08 15:59

[새해 기획] 한 걸음 더+ ③ 거수기 이사회 확 바꾼 노동이사제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광주광역시도 올해 안에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가 선임됩니다.”

광주광역시의 공기업 담당인 문기지 계장은 지난 3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사협력과 상생을 위한 노동이사제 도입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를 임명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노동자 100명 이상인 광주시 산하 도시공사, 도시철도공사, 환경공단 등 세 기관은 올해 안에 노동이사가 임명된다. 지자체로는 서울시에 이어 두번째다. 기초자치단체인 성남시도 이재명 시장이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혀 노동이사제 도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 차원은 아니지만 기관 자체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지난달 시작된 단체교섭에서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했다.

퍼지는 노동이사제
서울 이어 광주시 공공기관 도입
정부 “올해 전체 공기업으로 확산”

유럽은 왜 적극적인가
31개 주요 유럽국 중 19개국 채택
정보공유로 의결사안 집행력 높아

넘어야 할 산 아직도
경총·전경련 재계반대 설득 과제
금융위원장도 “사회적 합의 먼저”
정부 내부 통일된 입장정리도 필요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고 주주·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함께 존중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브뤼셀의 유럽노조연구소에 따르면, 31개 주요 유럽국가 중에서 노동이사제 도입국은 19개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서 노동자 경영참여를 적극 권한다.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임명하면 노동자와 이사회 간 정보공유가 원활해지고,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노동자 대표와 협의하니까 이사회 결정의 집행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독일은 노동자 경영참여 수준을 뛰어넘어 노사가 회사 경영의 주요 사항을 함께 협의하고 결정하는 특유의 ‘노사공동결정제’를 발전시켜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이유도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터키에 이어 2위이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82조~246조원에 달할 정도다. 노동자 경영참여 제도는 우리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박태주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은 “재벌 대기업이 독점해온 경제적 의사결정에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긍정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 비정규직을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많이 나타나는데, 자회사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공기업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맡은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한국개발연구원과 공동연구)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 연구결과를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일부 쟁점 사안을 검토하느라 늦어졌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의 개정 필요성이다. 법률에 근거 규정을 둬야 한다는 의견과 필요없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 여부도 쟁점이다. 기재부와 공동연구팀은 1월 안에 큰 방향을 정하고, 상반기 중 공청회를 거쳐 시행방안과 법 개정안 마련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20일 서울 여의도 케이비(KB)금융지주 임시주총장은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는 출석 주주 중 과반의 동의를 못 얻어 무산됐지만, 국민연금의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제 찬성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노동이사제 공약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노동자 경영참여제도의 또 다른 축인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2016년에 우리사주조합이나 노동자 대표가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을 반드시 선임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정부의 노동이사제 확대 추진과 지자체의 자발적인 도입 노력, 여야 의원들의 법 개정안 발의가 어우러지면서 올해는 노동자 경영참여의 확산 여부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총, 전경련 등 경제계 반대를 설득하는 것이 1차 과제다. 자유한국당도 서울시의 노동이사제에 반대해왔다. 정부 안에서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최종 권고에서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사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먼저”라며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혔다. 노사협력과 상생을 위한 노동자 경영참여 제도의 확산을 위해서는 안팎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할 상황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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