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스’→‘아베오’, SM3→닛산 ‘서니’…브랜드 바꿔 나가는 차·차·차
본격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타기인가, 단순 하청기지화인가?
지엠대우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칼로스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지엠의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아베오’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군산공장에서 만드는 라세티는 미국에서 ‘포렌자’라는 일본 스즈키차로 바뀌고,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역시 시보레의 ‘누비라’로 소개된다. ‘대우’라는 브랜드보다 훨씬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고 더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외국자동차사 주도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에스엠3(SM3)는 내년 1월부터 바다를 건너는 순간 일본 닛산의 ‘서니’ 또는 ‘알메로’로 탈바꿈한다. 르노삼성으로서는 닛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쌍용자동차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으로 내년 중국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만들어 2007년 하반기부터 상하이차 브랜드의 레저차(RV)를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생산기술을 주고 상하이차는 중국쪽 판매를 책임지는 합작 프로젝트다.
지엠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대주주가 외국 자동차회사인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최근 이런 글로벌 마케팅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외 시장에서 대주주 회사들이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기반 등을 적극 활용해 판매와 생산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국내 생산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너지전략’이라고도 한다.
지엠대우의 실적을 보면 이런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다. 지엠대우의 칼로스는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10월까지 15개월 연속 수입 소형차 부문 판매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칼로스와 마티즈가 현지 지엠 차종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다. 시보레는 지엠대우에서 만든 차로 오펠이나 사브 등 유럽의 다른 지엠 계열 브랜드를 제치고 판매순위 1위로 올라섰다.
지엠대우로서도 올들어 10월 현재까지 자동차 판매대수가 모두 91만2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3%나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지엠대우 등 실적은 쑥쑥
지엠대우 관계자는 “수출시장에서 전 차종이 고른 성장세를 보여 올 연말까지 사상최대인 110만대의 생산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엠대우는 회사 출범후 3년만에 소폭이나마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에는 디젤엔진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차 등으로 흑자 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도 내년에 닛산 브랜드로 에스엠3를 본격적으로 수출하게 되면 부산공장의 설비효율과 생산성을 크게 높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생산능력이 25만대인 부산공장에서 올해 12만대를 생산하고 있는데 내년에 수출목표 3만대를 달성하면 생산물량이 최소 25% 늘어나게 된다”면서 “신규고용과 관련 부품업체들의 매출 증대 등 연쇄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의 편승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유 브랜드를 포기함으로써 제품의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공장들이 단순 하청기지로 전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엠대우의 한 간부는 “지금까지는 수출시장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종을 지엠의 다른 계열사에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큰 혜택을 보고 있지만 만약 시장상황이 급변하면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 컨설팅전문회사인 에이앤디컨설턴츠의 윤재석 회장은 “단순히 생산거점으로서의 경쟁력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연구개발, 제품생산, 마케팅 등을 종합적이고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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