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성 2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12곳에서 품질서류 누락이 확인된 ‘주증기 대기 방출 밸브’(MSADV)의 플러그 모습.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4년 전 납품 비리 사태가 드러나 큰 홍역을 치른 한국수력원자력이 여전히 원전 부품 성능 확인 및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신월성 2호기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12곳에 설치된 주요 안전 설비의 성능을 입증하는 품질 서류가 한수원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류 누락’이 확인된 설비는 원전의 격납건물과 터빈건물 사이 배관에 설치된 ‘주증기 대기 방출 밸브(MSADV)’다. 이 설비는 원전의 터빈이 멈추는 경우 증기 발생기에 갇혀있는 증기를 바깥으로 배출해 안전한 범위로 원전 안 압력을 낮추는 주요 안전 설비다.
원안위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신월성 2호기 정기검사 도중 C사가 제작한 주증기대기방출밸브 플러그에 대한 '모의 후열 처리' 시험 결과를 입증하는 서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원안위는 전 원전에 대해 확대 점검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현재까지 총 열두곳의 가압형경수로(신월성 1·2, 한빛 3·4·5·6, 한울 3·4·5·6, 신고리 1·2)에서 서류 누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의 후열 처리(S-PWHT) 시험이란 일정 시간과 온도에서 열처리를 한 기기의 성질이 변질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부품제작사가 기기 제작과정에서 실시해 그결과를 한수원에 부품 납품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서류 누락 확인 뒤 한수원은 대표시험(열처리 온도가 가장 높은 부품을 골라 시험)을 진행했으며, 해당 부품은 합격 기준을 통과해 원전 안전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을 마친 해당 부품에 대해서는 재료 성적서가 재발급됐다.
원안위는 C사가 제작한 다른 밸브 플러그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지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성적서 누락이 발견되면 재시험을 한 뒤 합격 기준을 넘기면 성적서를 재발급하고, 품질 문제가 발견되면 부품을 교체할 예정이다. 또 주증기대기방출밸브 플러그 몸체 원소재에 대한 충격시험도 2번 이뤄졌어야 하는데 1번만 진행된 것이 확인돼 성능시험을 다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신월성 2호기는 2015년 7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해 벌써 2년 반이나 가동된 원전”이라며 “건설될 때 확인했어야 하는 품질 서류를 인제야 없다고 확인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수원의 부품 관리가 아직도 엉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서류 누락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원안위도 “이번 사안은 한수원이 부품 인수과정에서 품질 확인 및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라며 “한수원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지속적으로 이행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