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충정로 서울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친 뒤 T-50 전투기 모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22일 취임 후 첫 출장을 떠난 김 사장은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 입찰을 앞두고 록히드마틴과 이어갈 길고 긴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은 국내에서 제작한 비행기를 수십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다. 그에 걸맞는 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 신뢰를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
김조원(61) 카이 사장은 혁신과 성장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7일 서울 충정로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25일 취임했다. 당시 감사원 출신의 김 사장 선임을 두고 일부에선 ‘낙하산 인사’라는 뒷말도 나왔다. 또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도 떠오른 바 있다.
“감사원, 청와대, 대학 총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전문가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점에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분식회계, 임원비리 등 혼란한 카이에 적합한 ‘구원투수’라는 반박이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1일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 등 21명이 참여한 ‘경영혁신위원회'(혁신위)를 꾸렸다. 혁신위는 지난달 말 내부 의견을 수렴해 분석한 결과에서 “카이가 급격한 외형 성장에 걸맞은 내부역량 축적과 경영시스템의 선진화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4000여명의 카이 직원이 1600건의 의견을 내 카이의 앞날을 설계했다. 구성원 스스로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혁신방안을 만들었다”고 공을 돌렸다.
혁신위 개선방안을 반영해 11개 본부를 5개 본부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비리와 회계부정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임원 12명을 내보냈다. 윤리경영을 강화하고자 ‘윤리경영지원본부'도 신설했다. 또 회계시스템도 개선한다. 김 사장은 “올해 회계·재무 등 시스템에 국제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랐지만, 매출 인식 등 방법상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 지급대금을 일시에 매출에 포함시키지 않고, 실제와 같은 공사율에 따라 순차적으로 인식해 분식회계 등 문제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카이는 올해 17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APT 프로젝트)과 항공기 정비(MRO·엠아르오) 사업 착수 등 굵직한 현안이 있다. 미 공군이 운용하는 노후화한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사업은 카이·록히드마틴(T-50A)과 보잉·스웨덴 사브(BTX-1)가 사실상 2파전을 벌이고 있다. 7월께 결과가 가려진다. 카이는 현재 수주를 위한 최종 입찰가를 결정하기 위해 원청업체격인 록히드마틴과 가격 협상 중이다. 김 사장은 “록히드마틴 쪽의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센데, 카이도 이익을 남겨야 한다. 수주를 하면서도 1%라도 이익을 남겨야 해, 실무자들의 논의가 계속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엠아르오 사업자로 선정된 카이는 전문업체 설립 뒤 국토교통부의 인증을 받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항공정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외국에서 정비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외국에서 10~11일 걸리는 정비를 카이는 7일 정도면 끝낼 수 있다. 해외물량 수주도 추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면 2025년 전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카이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당부했다. 그는 “카이는 국영기업체이고 국익을 담당하는 회사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격려와 함께 감시와 비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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