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22일 열린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합동대책회의 모습. 산업부 제공
미국이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한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 전량과 태양광 셀·모듈에 대해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우리 업계와 통상당국이 우려해온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1차 협상에서 우리 쪽이 미국에 세탁기·태양광 수입규제 조처의 중단·완화를 요구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관세폭탄 실행에 들어감에 따라 양국간 통상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엘지(LG)전자 등 한국산을 포함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를 발동하는 조처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엘지전자 세탁기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포함해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모든 한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가 매겨진다. 저율관세할당량(TRQ)인 세탁기 120만대에 대해서도 20%(첫해 기준)의 관세를 물리는 등 최고 수준의 세이프가드 조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적용을 받아 관세부과에서 제외될 것으로 당초 예상됐던,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에도 똑같은 관세가 붙는다. 엘지전자의 미국 세탁기 수출 물량 중 국내 생산분(20%)도 예외없이 추가로 제재 대상이 된 것이다. 우리 업계의 미국세탁기 수출품 시장가격은 이번 관세부과액 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어 미국시장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됨에 따라 대폭적인 세탁기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세탁기의 관세율은 0.4%에 불과하다.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세탁기는 연간 10억달러(2016년)가량에 이른다.
이번 가정용 세탁기 세이프가드 내용을 보면, 저율관세할당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2년 차의 경우, 120만대 미만 물량에는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완제품뿐 아니라 세탁통 등 세탁기 부품도 관세폭탄(50%, 첫해 쿼터 5만개를 초과하는 물량) 대상이 됐다. 부품의 경우 무관세 대상이 되는 쿼터는 전체 한국산 부품수출의 2%가량에 불과한 5만대에 그친다. 거의 모든 부품이 세이프가드 관세를 맞게 됐고, 다만 모터 등 핵심부품은 관세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는 또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서도 2.5기가와트 쿼터를 기준으로 1년 차에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씩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한화큐셀과 엘지전자가 관련 태양광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액이 12억달러(2016년 기준)로 세탁기보다 더 많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미국국제무역위(ITC)가 세탁기·태양광과 관련해 제시했던 3가지 세이프가드 조처 권고안 중에서 가장 높은 수위를 최종 채택하고, 한국 역내 생산 세탁기도 예외없이 관세 대상에 포함하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수입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하자 우리 통상당국은 23일 아침 삼성·엘지전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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