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항공지원센터 내 제주항공이 운영하는 ‘모두락’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엄근영씨가 주문받은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들어 손님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 ‘모두락’
CJ대한통운 중계동 하역장
스타벅스코리아
유니클로…
늘어나는 장애인 직원들
고용부담금으로 때우는
대기업들과 큰 차이
“어서 오세요.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항공지원센터 내 제주항공의 ‘모두락’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엄근영(37)씨가 지난 5일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입 모양으로 말을 알아듣고 답하는 ‘구화’를 할 수 있는 2급 장애인이다.
엄씨가 지난해 4월 모두락에 오기 전까지 현실의 벽은 높았다. 3년 넘게 여러 카페를 전전했다. 그러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맞춤훈련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모두락에 정규직으로 뽑혔다. 그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 4시간쯤 걸리는 출퇴근길도 즐겁다”고 말했다. 모두락은 제주항공이 지난해 4월 항공업계 최초로 세운 장애인 사업장이다. 시각·청각 장애와 중증 장애가 있는 장애인 34명이 바리스타, 네일아트사, 마사지사 등으로 일한다.
임직원들은 비행 준비나 업무 등을 위한 회의 장소로 이곳을 이용하면서 직원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하루 평균 500잔이 나가고, 네일아트 서비스도 인기가 좋아 1~2주 전 예약해야만 한다. 모두락은 올해 장애인 바리스타, 미화노동자 등을 충원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일하며 제주항공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며 “임직원은 받은 복지포인트를 모두락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 복지 혜택이 늘었다”고 말했다.
3년 차 택배 배달원 허은정(28)씨는 30여분에 걸친 택배 분류 작업을 마치고, 카트에 상자를 실어 인근에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같은 날 서울 중계동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택배 하역장에서 발달장애인 허은정(28)씨는 20여명의 동료와 택배 분류작업을 했다. 씨제이(CJ)대한통운은 2016년 5월 서울시와 발달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노원구에서 ‘발달장애인 택배 사업’을 시작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발달장애인들이 배송할 택배 물량을 별도로 분류해 이곳 하역장까지 전달한다. 허씨는 3년째 이곳에서 매주 6일, 하루 3∼4시간 일하고 있다. 30분가량 택배를 나눈 뒤 나머지 시간에 인근 아파트에 물건을 전달한다.
이날 허씨가 택배 상자를 들고 고객 집의 현관문을 두드리자, 주민이 반갑게 맞는다. 허씨는 “고객이 기다리는 택배를 전해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올해 노원구, 금천구 등 3곳에 추가로 장애인을 위한 하역장을 열어 일자리를 23개에서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숙련된 발달장애인이 택배를 배달해 아파트 주민들 사이 신뢰감이 쌓이고 있다”며 “발달장애인은 경제활동에 참여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기업인 스타벅스코리아나 유니클로 등도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2007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시작해 직원 1만2600명 가운데 청각·지적 장애인 등 232명(3.2%)이 일한다. 유니클로는 2010년부터 매년 채용을 늘려 현재 4300여명 가운데 114명(5%)이 장애인 사원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상품 수가 많고 회전율이 높아 장애인 직원들이 주로 담당하는 보안태그 부착, 상품 보충 및 진열 준비 업무가 신속하고 정확한 매장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허은정씨는 “고객들이 기다리는 택배를 전해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이 활발한 곳은 여전히 드물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민간사업체 부담금’ 자료를 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외면했다. 2012년부터 장애인 고용의무부담금 최다 납부 기업은 삼성전자(380억), 엘지(LG)디스플레이(188억), 에스케이(SK)하이닉스(187억), 엘지전자(158억), 대한항공(154억) 등이었다. 정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공공기관(3.2%)과 민간기업(2.9%)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글·사진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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