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5가지 함정’ 지적
상대적으로 훨씬 우월한 자원과 인력을 갖고도 중소기업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대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엘지경제연구원은 28일 ‘대기업을 패배로 이끄는 5가지 함정’ 보고서에서 “최근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은 우선 순위나 관행 등에 얽매여 유연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고 있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골리앗에 무릎을 굻은 다윗의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레인콤과 코원이 대표적인 보기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마케팅 공세에도 소비자들은 위니아의 딤채를 김치냉장고의 보통 명사처럼 생각한다. 저가 화장품 미샤와 더페이스샵이 선전하자 이에 자극받은 대기업들이 오히려 저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어 선발주자와 후발주자가 역전되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독점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에 위협받는 것처럼, 규모가 크다고 시장경쟁에서 항상 이기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우선 대기업들이 ‘큰 시장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지나치게 큰 시장을 찾고 많은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다보니 그 누구의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주력 사업에 해당하는 사업 기회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우선 순위의 함정’과 여러 단계의 아이디어 검증과 계량화 과정에서 참신성이 사라지는 ‘논리의 함정’도 약점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기존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유통 채널 등에 집착하는 ‘관행의 함정’, 사내의 관료적 문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인재로 평가받는 ‘인재의 함정’도 대기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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