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충돌이 현실화한 가운데 ‘수출경제’ 한국도 글로벌 통상전쟁의 영향권에 점차 진입하고 있다. 철강은 미국 관세폭탄을 ‘쿼터’로 피하긴 했으나 풍선효과에 따른 우회수출 우려로 유럽연합(EU)마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가세하면서 수입규제 ‘확산효과’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마저 3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수출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중국 통상당국이 2일부터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목 128개에 최대 25%의 보복관세를 물리면서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 공격에서 촉발된 갈등이 농산물까지 번지고,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공급과잉 해소’가 당면과제로 대두한 다른 품목들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무역업계는 “칼라 힐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나타나면 그 나라는 무역통상이 초토화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보호무역주의가 맹위를 떨쳤던 1980년대말~90년대초의 이른바 ‘근린궁핍화’(수입규제 등으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 통상전쟁에 돌입하는 상황이 닥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철강 품목에선 이미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철강 수출을 보면 3월 유럽연합 수출액은 1억5천만달러(3월1~20일)로 전년 동기보다 39.1% 증가했다. 인도 시장(1억달러)도 19.3% 늘었다. 미국 시장 역시 46.7% 급증했는데, 철강 232조 관세 발효(3월23일)를 앞두고 막판 밀어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철강업체들이 관세보복을 피해 여기저기로 시장을 옮겨다니는 가운데 유럽연합 등 주요 철강 수입국도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하면서 수입이 최근 급증한 한국산이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차장(통상지원단)은 “트럼프발 관세폭탄의 후폭풍으로 다른 시장도 연쇄적으로 수입규제에 나서는 ‘통상보복 확산 효과’가 우려된다”며 “한국산 철강의 주요 수입국인 일본도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무역위원회 같은 수입규제 전담조직을 따로 두지 않는 등 전통적으로 보호무역과는 거리가 먼 국가인데도 지난해 3월 이례적으로 한국산 철강(접속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 최근 자국 산업 피해가 인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중국·유럽연합·일본 등의 통상보복 움직임은 미국 관세폭탄 못지않게 큰 걱정거리다. 수출 규모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판재류 등 232조 규제 대상인 철강 5대 품목의 우리 업체 수출액은 지난해 미국 29억8천만달러, 유럽연합 27억달러, 일본 27억6천만달러, 중국 34억6천만달러, 아세안 45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판재류의 경우 미국 시장 수출액은 9억달러인 반면, 유럽연합·일본·중국·아세안은 각각 17억~27억달러 규모로 미국보다 훨씬 크다. 반면 미국과의 ‘철강 합의’에서 수출제한물량(쿼터)이 2017년 대비 반쪽(50%)으로 줄어든 파이프·튜브(강관)는 유럽연합·일본·중국 시장 수출액이 각각 1억달러 안팎에 그친다. 미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터라 ‘대체시장 부재’로 미국발 태풍에 이미 휘청거리는 중이다.
한편,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원 내린 달러당 1054.2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29일 이후 최저치로, 원화 가치 급등은 미-중 통상분쟁에 따른 달러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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