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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겉은 ‘안정 성장’ 속 보면 ‘활력 부진’

등록 2005-11-30 19:16수정 2005-11-30 19:50

IMF구제금융 8년 뭘 남겼나 (상) 투자 위축에 고용 불안…급격한 개혁 부작용 낳아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일 국제통화기금(IMF)과 5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8년 동안 구조개혁을 해 왔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전의 역동성을 되살리지 못하고 성장 잠재력 약화, 금융 대외 종속,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개혁 프로그램이 우리 경제에 남긴 쟁점을 세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이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한국 경제는 세계화된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빠르고 더욱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997년 12월3일 한국과의 구제금융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5년 12월, 한국 경제는 과연 그의 말대로 빠르고도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복귀했을까?

우리 경제는 거시경제 지표로만 보면, 지금 당장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성장률이 3~4%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물가와 실업률은 각각 2%와 3%대에서 안정돼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 양극화 심화 등으로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점점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 배경에는 경제의 성숙단계 진입, 세계적 경쟁심화 등 환경 변화 탓도 크지만, 국제통화기금의 구조개혁 프로그램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진적인 방식으로 실행된 데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은 자본·금융 자유화와 기업·금융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핵심으로 한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구조개혁 프로그램은 외환위기의 한 요인이었던 재벌의 문어발식 과잉투자를 해소하는 한편, 투명성 강화와 수익 중시 경영이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관치경제 중심이었던 한국 경제가 시장경제로 나가기 위한 기본 원리가 정착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박종현 국회 입법조사관은 “경제의 군살을 빼서 극도로 효율화한 측면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식의 이런 구조개혁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관행과 많이 다른데다 금융·자본시장의 급격한 개방과 맞물리면서 부작용도 잉태하고 있다. 개혁 프로그램이 적용된 이후 기업들의 단기 실적주의와 보수적 경영행태가 확산되고 기업가 정신이 크게 후퇴했다. 외국인 지분이 크게 늘면서 경영자들은 주주들의 압력을 받고 있다.

또 금융 구조조정 여파로 외국계 은행이 잠식한데다, 은행의 기업대출이 줄고 투자에 대한 위험분담 체계가 약해진 점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가 최우선 목표로 되면서 경제시스템이 ‘저위험 저수익’ 구조로 바뀌었다”며, “안정적인 경영에만 치중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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