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금융논리 위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지난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해당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 속에서 구조조정 여부와 방식, 수준 등을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외환위기 시절 일률적인 부채비율 기준으로 선박을 팔아야만 했던 해운업 구조조정이나, 2016년 금융논리를 앞세워 청산한 한진해운 등으로 해운산업 경쟁력이 무너졌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백 장관은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라며 “금융위원장에게도 (산업부가 주도할 것이라고) 얘기하겠다”고도 했다.
그랬던 백운규 장관이 사라졌다. 지난해 12월28일 경남 통영과 창원을 찾아 두 조선사 노사와 각각 간담회를 한 것이 마지막 현장 방문이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로,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은 고강도 자구계획을 받기로 결정한 지난달 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도 백 장관은 참석만 했을 뿐, 발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했다.
최근 중국계 더블스타로 매각이 결정된 금호타이어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백 장관은 지난해 8월28일에는 “방위산업, 국가경쟁력 등 여러 차원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토 결과물은 없다. 금호타이어 노조와 채권단이 ‘벼랑 끝 대립’을 이어갈 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조가 해외자본 유치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백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하면서도 관련 언급조차 없었다.
백 장관이 말한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구조조정’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한편에서는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맞붙는 상황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해 백 장관의 주장이 틀렸다고 말한다. 맞은편에서는 회사를 일군 노동자와 지역사회, 장기적인 산업경쟁력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기업이 여럿인데도 ‘백운규표’ 구조조정 방식이 없어 정답 여부조차 판가름할 수 없다.
산업부는 5일 ‘조선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에스티엑스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처리 방향이 결정된 지 한달여 지나서 나온 것이다. 내용은 각 조선사의 자구계획 이행 등 앞서 결정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전부다. 지난해 말부터 ‘곧 발표한다’던 자동차산업 발전 전략도 한국지엠 구조조정에 시동이 걸린 지 두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그마저도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백 장관의 발언은 이렇게 허언이 되는 걸까.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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