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인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행위 주체 달라
매크로 아닌 회원들 나섰다면 법적 문제 안돼
매크로 아닌 회원들 나섰다면 법적 문제 안돼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 등을 조작해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 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땐 여당 후보를 위해 국가정보원 등이 움직였고, 올 초에는 더불어민주당원 일부가 댓글 조작에 나섰다. 댓글 공간이 한국 사회의 여론을 좌우하는 중요한 ‘공론장’의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2년 국정원 등 댓글 활동과 올 초 이뤄진 댓글 활동의 가장 큰 차이는 활동 주체가 누구냐다.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 등은 국가기관으로 엄격한 정치 중립의 의무가 있다. 이들은 직원 개인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국정원장 등의 주도로 조직적으로 거짓 아이디를 만들고 댓글 조작에 나섰다. 이 때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정치 중립 의무를 규정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1월 댓글을 조작한 민주당원들의 경우 국가기관의 연관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신분도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들이다. 정치 중립 의무가 요구되진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 ‘매크로’를 활용해 특정 기사의 댓글에 동의를 뜻하는 ‘공감’ 버튼을 순식간에 수백번 누르도록 해 여론을 왜곡했다. 경찰은 이들이 네이버의 영업을 방해한 것으로 판단해 ‘위계(속임수)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나선 것이다. 일반인은 정치적 자유의 의사가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민주당원인 김아무개씨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을 독려해 특정 기사의 댓글에 공감을 표시하도록 했다면 어떻게 될까? 법조계에서 이런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는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들이 조직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시위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이들의 의사 표시가 정상적인 범주 내에서 이뤄질 경우에 그렇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자신의 아이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방식 등으로 공감을 누른 경우를 제외하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정치적 의사 표시를 위해 특정인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도 있다. 한 법조인은 “경계가 모호하지만 ‘독려’와 ‘동원’은 다르다”며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여론을 만드는 것이므로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후가 있거나 특정한 대가를 전제로 동원 활동이 이뤄지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커진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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