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 밖으로 방사선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라이너플레이트(CLP)는 가로 10m, 세로 3m짜리 탄소 강판을 여러 장 이어붙여 만든 거대한 철판이다. 12장을 옆으로 이어붙인 단을 13∼15개 올려 쌓는다. 120㎝ 두께의 콘크리트 안에서 갑옷처럼 내부를 감싼다. 공칭(규격) 두께는 6㎜로, 10%의 오차가 허용돼 최소기준은 5.4㎜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6년 6월 한빛 2호기에서 지름 2㎜짜리 구멍이 생긴 부식 철판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라이너플레이트가 쓰인 원전(22기) 전체를 점검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빛 1·2·4호기, 한울 1·2·3호기, 고리 3·4호기 등 곳곳에서 두께기준 미달 철판이 발견됐다. 해당 조사는 원자로가 멈추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만 가능해, 원전들의 정비 기간이 통상 2∼3개월에서 1년 가까이 늘어지기도 했다.
철판 두께 미달 원인은 제각각이다. 고리 3·4호기는 용접선 주변부에서 무더기로 두께기준 미달 부위가 나와 ‘과도한 그라인딩’이 원인으로 꼽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고리 3·4호기는 국내 기술로 처음 시공한 원전”이라며 “원전 건설 경험이 부족한 1970년대 작업자들이 품질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빛 2호기에서 처음 라이너플레이트 상단 철판 부식이 발견됐을 때, 한수원은 “건설 당시 발생한 사고로 공사가 중단된 16개월 동안 상단 철판이 대기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한빛 1호기에서 콘크리트와 맞닿은 철판 안쪽(배편) 부식이 발견되자 “바닷가 방향에 부식이 집중됐다”며 “해풍에 의한 염분 침투가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한울 1호기와 고리 3·4호기에서 바닷가 방향이 아닌 곳의 부식이 발견되자 ‘해풍 가설’이 깨지며 건설 과정의 하자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일 수 있다”며 “한빛 4호기와 한울 3호기 철판 부식은 콘크리트 공극(빈 공간)으로 공기·염분 등이 침투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콘크리트 안쪽 철근 부식도 진행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격납건물 구조물에 대해 엑스레이나 열화상 카메라 등을 활용한 조사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지만, 한수원 등은 육안검사 중심으로 점검을 해오다 뒤늦게 두께미달 철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비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