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미국인인 조현민(미국명 조 에밀리 리) 전 대한항공 전무를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올린 진에어에 대해 면허취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담당 업무를 처리했던 공무원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혐의가 확인됐다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29일 “진에어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당사자 청문과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며 “청문 절차에 약 2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국토부는 진에어에 대한 제재 방안을 이날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과거의 결격 사유를 소급적용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토부가 법무법인 세 곳에 자문한 결과 두 곳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고, 다른 한 곳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국토부는 소급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리 검토를 추가로 벌이는 한편, 진에어가 조 전 전무 임원등기의 위법성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와 조 전 전무가 외국인 신분으로 사실상 진에어를 지배하고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질 경우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은 경우에 해당되거나 외국인의 국적항공사 지배를 금지한 조항이 적용돼 소급적용 문제가 해소된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애초 진에어의 위법행위를 바로잡지 못해오다 문제를 키운 국토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정만 미루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국토부가 진행하기로 한 청문 절차는 최종 징계 결정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지만, 통상적으로는 처분 방향을 정한 뒤 마지막으로 당사자의 소명을 듣는 정도였다. 이번처럼 처분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청문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진에어에 대해 국토부가 내릴 수 있는 행정처분은 면허취소냐 아니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면허를 취소하자니 2천명 가까운 진에어 직원들의 고용불안 등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그대로 두자니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속속 드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에 대한 성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로서는 조 전 전무가 불법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부터 2016년 사이에 세 번이나 진에어의 면허변경 심사를 하면서 이를 바로잡지 못한 ‘원죄’를 안고 있다.
진에어 쪽에선 국토부의 결정 연기로 한숨 돌린 상태지만, 대량 실직 우려와 국토부 책임론을 앞세워 여론몰이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27일 “조양호 회장 일가의 문제는 개인적인 사항들로 그에 걸맞은 법적 처벌을 해야 할 것이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국토부 담당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면허취소로 진에어 직원 2000명에게 고용 피해가 생기면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처분 유예 결정이 발표되기 전에 국토부를 방문해 항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국토부는 2016년 2월 진에어 면허 변경 업무를 처리한 담당 과장과 사무관, 주무관 등 3명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2013년 2월과 2013년 10월 면허 변경 심사를 처리했던 담당자들의 경우 공소시효(5년) 만료 등의 사유로 수사의뢰 대상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대한항공이나 진에어와 같이 갑질 논란을 일으킨 항공사에 대해는 운수권(노선운항권) 배분 때 불이익을 주는 등 갑질 근절을 위한 관계부처 종합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허승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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