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강병구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은 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특위는 정부의 세제개편을 권고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정부와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급적 특위 권고안이 정부 정책과 세제개편안에 담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하도록 특위가 권고한 지 하루 만에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특위 권고안을 거부하면 하반기 활동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강 위원장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강 위원장은 참여연대 활동 이력이 있는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인하대 교수)로, 국세청의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과 더불어민주당 공정과세 실현 티에프 외부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는 또 이날 인터뷰에서 “단계적, 점진적”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조세를 보다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개혁해야 하지만 국민의 세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 양극화, 인구 고령화 및 저출산을 고려하면 “보편적인 증세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부자증세’를 넘어 ‘보편증세’로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 대해 기재부가 하루 만에 반대 의견을 냈다.
“재정개혁특위는 조세·재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전문가들의 검토와 논의를 거친 조세재정개혁안을 정부에 권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위가 권고안을 냈지만 과세 당국인 정부는 또 달리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을 수 있다. 특위 권고안이 언제, 어떻게 도입될 것인지는 최종적으로 정부가 판단할 몫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특위 권고안이 정부 정책과 세제개편에 담기길 바란다.”
-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달리 금융·임대소득 개편 방안은 왜 토론회에서 다루지 않았나?
“금융소득과 임대소득까지 토론회를 거치기에는 시간상으로 매우 촉박해 결론이 안 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예고하거나 사전에 공개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4월 출범 이후 상반기 권고안을 발표하기까지 3개월에 지나지 않는 시간적 제약이 아쉬운 대목이다.”
- 정부가 상반기 권고안을 거부하면, 하반기에 특위의 힘이 빠질 수 있지 않나?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확정적으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세제개편이란 특위에서 권고하고 과세 당국이 안을 만들고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서 확정된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특위 제안이 잘 반영되는지 지켜봐야겠다.”
- 종부세와 관련해 특위 내부에서 가장 견해차가 컸던 부분은 무엇인가?
“다수 위원이 보유세 정상화에 공감했으나, 최근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종부세 재개편에 따른 세부담 증가와 조세 저항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방안의 경우,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납세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100%로 비율을 높일 경우 그 조정 기능이 사라지게 되므로 인상에 신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별산합산토지는 주로 사업용 토지인데, 세부담이 증가하면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해 우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 종부세가 개편되더라도 보유세 실효세율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낮으나, 거래세 비율은 높은 편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연 5%포인트 상승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공시가격이 10% 이상 꾸준히 현실화되는 점을 고려했다. 보유세 부담은 점진적·단계적으로 확대되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도 공시가격 현실화 수준 제고뿐 아니라, 지역별·가격별·유형별 시가반영률 차이 등을 시정해 과세표준을 정상화해나가는 작업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종부세 개편안 등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겸허하게 수용한다. 보유세 부담이 점차 확대되도록 하다 보니 다소 미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위원에 따라 경제 현실을 반영하자고 주장하기도 하고, 이론적 합리성 측면에서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조율 과정이 쉽지 않고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 소득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를 고려하면 조세와 재정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부자증세’ ‘핏셋증세’만으로 충분한가?
“우리나라가 처한 취약한 복지제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 재원의 확충에서도 누진적이며, 보편적인 증세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보편적 방식의 세제개편에 선행해 과세공평성을 높이는 세제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 하반기 주요 논의 과제인 자본이득과세·양도소득세 개편안은 어떻게 마련되나?
“자본이득과세의 경우 주식 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논의, 양도소득세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 공평과세를 위한 보다 폭넓은 과제가 다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목별·분야별 분과를 구성해 다양한 개혁안을 추가 발굴하고, 관계부처 의견 조회 등을 거쳐 개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과제는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거쳐 중장기 재정개혁 로드맵도 마련하고 올해 말에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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