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칼퇴근 하니 좋아요. 야근하면 수당도 나오고요.”
지난 1일 이른바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기업 노동자 말이다. 이 말을 담은 <한겨레> 기사의 댓글을 보면, 이 회사를 칭찬하거나 이 회사 노동자들이 ‘부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노동 분야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회사가 칭찬 받는 게 맞는 건가?’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하고, 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때만 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50%의 가산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회사 노동자들은 법에 규정된 권리를 누리게 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회사를 부러워하는 것이 한국 일터의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시행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지키려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피시(PC)오프제 등을 동원해 직원들을 칼퇴근시키고, 노동자에게 자신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게 한다. ‘노는 것도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기업들은 ‘노는 것은 노는 것’이라며 노동시간을 엄밀히 따지기 시작했다.
이런 차원에서 ‘포괄임금제’ 역시 65년 ‘무법’ 세월과 함께 사라져야 맞다.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라, 사전에 약정한 시간만큼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는 아무리 야근을 많이 해도 수당이 똑같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하고 ‘가산 임금 지급 규정’을 회피하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노동 형태와 업무 특성을 참작해 (노동시간) 계산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차원에서 포괄임금제를 쓰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기업이 스스로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은 존재의 이유가 사라졌다. 특히 2014년 대법원은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포괄임금제 폐지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그동안 연봉에 포함돼 지급되던 ‘고정연장수당’이 두세달 치 월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삭감하면 노동자 입장에선 엄청난 손해다. 고정연장수당은 사실상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됐던 까닭에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동안 사전 약정한 시간보다 더 많은 야근을 해왔던 노동자들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포괄임금제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지침 발표를 준비 중이라는 것을 두고, 경영계를 중심으로 고용 등 경제상황이 안 좋은데 포괄임금제까지 폐지하면 기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언제까지 일터를 ‘법치주의의 예외’로 둘 수는 없다. 또 경제 상황 못지않게 ‘과로 사회’로 인한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도 절대 적지 않다. 하루속히 포괄임금제가 폐지되기를 기대한다. 65년 전부터 있었던 법적 권리를 모두가 누리게 하자.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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