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임원들이 북한 아시아태평양위원회 관계자들과 함께 금강산 온정각 맞은편에 있는 고 정몽헌 전 회장 추모비 앞에서 추모식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 제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3일 금강산에서 고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귀경하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이제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현대는 지난 10년과 같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쪽의 ‘평양 초대’를 받았다고 밝혀, 조만간 다시 방북해 양쪽이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방북한 현 회장은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 편에 있는 고인의 추모비를 찾아 3년 만에 남북 공동 추모식을 했다. 북쪽에서는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을 비롯해 20여명이 추모식에 참석했고, 현대에선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와 이백훈 그룹전략기획본부장 등 임직원 30여명이 함께 했다.
현 회장은 서울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 맹 아태부위원장이 전한 김영철 아태위원장의 말을 일부 공개했다. 현 회장에 따르면, 김 아태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께서 금강산 추모 행사를 잘 진행하고 적극 협조하라”고 했다. 김 아태위원장은 또 “아태는 현대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고, 현대가 앞장 서 남북 사이의 사업을 주도하면 아태는 언제나 현대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현정은) 회장님께서 평양에 다녀가시라”고 초청했다. 현 회장은 “올해 안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북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도 남겼다.
이에 대해 북한 쪽이 과거 현대에 내어 준 금강산 관광 등 주요 경제협력 사업권이 어느 정도 유효한 상태임을 재확인시켜주며, 추모식을 계기로 사업 재개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현 회장은 이날 “추모식 자리였던 만큼 구체적인 사업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그동안 북쪽과 현대가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경협이 재개되면 같이 잘해보자는 차원의 이야기로 들어달라”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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