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가파른 집값 상승 등 주택시장 과열에 대응해 대출과 세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규제 등이 적용되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대책을 내놨다. 또 수도권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24만2천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공공택지 14곳을 서둘러 추가로 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과열 지역에 대한 국지적 대책으로 ‘똘똘한 한채’에 대한 투자 수요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이날 꺼내든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추진 및 투기지역 지정 등을 통한 시장안정 기조 강화’ 조처는 최근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지역을 선별해 서둘러 적용할 수 있는 ‘긴급 처방’ 성격을 띠고 있다. 주택시장으로 흘러드는 돈줄(대출)을 죄고 거래(전매)를 어렵게 하면서 동시에 주택 구매에 따른 기대수익(양도차익)까지 줄여 투기성 주택 가수요를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30곳(14곳은 신규)의 공공택지를 조기에 개발하기로 하고, 9월 중 일부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신혼부부 등 주택 실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2022년까지 수도권에서 조성되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총 36만2천가구에 이른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추가 지정은 일단 해당 지역 주택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투기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은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뛴 서울 종로구, 중구, 동작구, 동대문구인데, 이들 지역에선 주택담보 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되고 3주택 이상 소유자 양도소득세가 10%포인트 추가된다. 이로써 전국의 투기지역은 기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와 세종시(행정복합도시)에 이들 4개 구가 추가되면서 총 16곳으로 늘어났다.
경기도 광명시와 하남시가 새로 편입된 투기과열지구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낮아지면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가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 세종시 등지에다 이번에 2곳이 추가되면서 총 7곳으로 늘었다. 또 구리시, 안양시 동안구, 광교택지개발지구가 새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양도세 강화,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전면보류’ 발표와 맞물려 이번 조처가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의 과열 양상이 확산하는 것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를 안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어려워지는 등 유주택자들의 추가 구입이 어려워지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재개발 조합원 전매제한 조처로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 일단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시장과 실수요자에게 서울 집값이 확실하게 안정될 것이란 믿음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시적으로 규제 대상 지역의 거래가 줄어드는 효과는 나타나겠지만, 언제든지 집값 불안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밝혔듯이 이번 대책은 최근 부동산시장 불안이 서울과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 양상’이라는 진단에 따른 조처다. 정부는 최근의 과열 현상은 수도권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의 유입,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예년보다 주택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가격만 상승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났다는 게 국토부의 진단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주택시장에 얽힌 실타래가 정부 판단보다 단순하지 않다고 본다. 먼저 지난 7월 정부가 확정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종이호랑이’에 그치면서 보유세 불확실성이 사라진 뒤, 강남권과 용산, 여의도 등 이른바 ‘똘똘한 한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쏠리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즉, 종부세 인상과 공시가격 조정으로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까지 크게 높이지 않는 한 최근 ‘강남4구’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의 가격 상승 요인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주택시장에서 최근 매물이 줄어든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대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양도세 중과세가 시행되고 주택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강화되면서 최근 시중에는 매물 부족 현상이 만성화되고 있다는 게 부동산 거래 현장의 아우성이다.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혜택이 되레 다주택 보유의 여지를 넓혀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시장에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매물이 나오게 하기 위해선 투기지역 등에 대해 양도세를 지금보다 크게 높이고 임대사업자 혜택을 손질하는 한편 일정 기간 내 매각하는 사람에 대해선 혜택을 더 주는 등 정책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가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을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한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 자금이 주택시장 외의 곳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이후에도 집값 불안이 지속될 경우 세제, 대출 등을 망라한 강도 높은 추가대책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