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때 부여하는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불과 9개월 만에 궤도 수정에 나서는 셈이다. 정책 혼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부작용 우려가 커진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임대주택 등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혜택을 주는 제도가 애초 정책 의도와 달리 투기 수요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며 “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카페에 가 보면 ‘임대등록 하면 혜택이 많으니까 사자’ 이런 얘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붐이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임대등록이)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애초 정책 의도와 달리 새 집을 사면서 각종 규제를 피해 가는 수단으로 임대등록이 활용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본 것이다. 김 장관은 어떤 혜택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4년이나 8년 등 임대 의무기간 동안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 폭이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민간 부문에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준공공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과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따라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 등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를 강화하는 대신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등을 감면해주고 있다. 국세의 경우 올해 3월까지 등록한 모든 임대주택에 양도세 중과 및 종부세 합산 배제,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 세제 감면이 주어졌으나 4월 이후에는 8년 이상 장기 임대로 등록한 경우로 대상이 줄어든 바 있다.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나 건강보험료의 경우 등록 시점과 상관없이 면제나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파격적인 혜택으로 인해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발표 이후 올해 3월까지 4년 임대를 중심으로 임대등록이 급증했고 4월 이후에는 8년 이상 임대 위주로 등록이 늘고 있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임대사업 등록자는 7만4천명,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17만7천채로 주택 수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2천채)의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들어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이면서 임대로 등록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유 자금을 활용해 전세금과 매매가격 차이가 작은 서민용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세제 혜택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일종의 ‘장기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대사업자의 저가 주택 ‘매집’이 확산하면 신혼부부 등 젊은층 실수요자들이 사고팔 수 있는 중저가 주택 매물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임대주택 등록자에 대한 혜택 축소가 공급 부족 대응책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공급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임대주택 등록제의 큰 뼈대는 유지하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보완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기존 보유 주택의 임대주택 등록에는 세제 혜택을 유지하되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임대로 등록하는 경우 혜택을 줄이는 ‘차등적 세제 감면’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는 임대차 시장 안정 효과가 큰 대신 단기적으로는 자가보유율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양면성’을 애초부터 갖고 있다. 갭투자에 활용될 여지는 줄여야겠지만 민간 임대주택 투자를 통한 공급 확대라는 순기능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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