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김수천 대표이사가 사실상 ‘기내식 대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정보통신(IT) 계열사인 아시아나아이디티(IDT) 한창수(59)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공석이 된 아시아나아이디티 사장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43)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실 사장이 임명됐다.
박삼구 회장이 회사 안팎으로 큰 혼란을 일으킨 기내식 대란 사태의 책임을 전문경영인에게 돌리는 동시에 ‘3세 경영시대’를 본격화하는 기회로 삼는 ‘노련한’ 사장단 인사를 했다는 평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7일 이런 내용의 사장단 인사를 했다. 한창수 신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담당을 거쳐 전략기획본부장과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창수 대표는 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재무·기획통”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고,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이끌어 온 김수천 대표이사가 물러난 데 대해 회사 안팎에선 “기내식 공급 부족으로 비행기가 밥 없이 이륙하거나 지연되는 사태를 빚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공석이 된 아시아나아이디티 사장에는 박세창 아시아나항공 전략경영실 사장이 임명됐다. 박 사장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으로,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한 뒤 4년 만인 2006년 그룹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이후 2011년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 전무, 2012년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6년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룹은 “박 사장은 아시아나아이디티 대표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한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등의 중책도 맡는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아이디티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로, 재벌 그룹의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영역인 시스템통합(SI)이 주력 사업이다.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으로, 지난 5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2017년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2603억원 매출에 2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무차입 경영으로 재무구조도 건실하다. 업계에선 “아시아나아이디티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3천억~4천억원에 이를 것이다. 박 사장이 아시아나아이디티를 성공적으로 상장시켜 경영능력을 입증받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 중심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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