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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김종갑 한전 사장 “대기업 전기료 부담이 중기보다 적어…요금체계 손볼 때”

등록 2018-09-10 05:00수정 2018-09-10 10:59

[인터뷰]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대기업, 요금 싼 심야에 공장 가동
중기보다 단가 16% 적게 낼 때도

고소득층한테도 누진제 할인혜택
“소비 왜곡, 전면적 재검토해야”

해상풍력 할 수 있게…법개정 시급
수익 악화에 “환경 측면도 고려해야”
원전 수출은 “굉장히 신중히 접근”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7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전 제공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7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전 제공
김종갑(67)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7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겨레>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산업용·주택용·농사용 전력요금 모두 당초의 요금제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게 ‘소비왜곡’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어 정교하게 따져보고 있다”며 전력요금제 전반에 걸친 세밀한 재검토 및 개편을 시사했다. 특히 산업용 요금은 제조업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전기요금 부담이 낮은 ‘역전’이 발생하고 있어 “시정돼야”하고, 다만 요금조정 시기는 “대기업이 설비조정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정책적으로 말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산업용요금, 대기업 혜택 커 ‘소비왜곡’ 현상” 탈원전, 에너지 전환, 원전 수출, 주택용 누진제, 한전의 대규모 영업적자 등 전력산업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월 사장 취임 이후 가진 이번 첫 인터뷰에서 김 사장은 “현재 280만가구에 이르는 전력요금할인(2017년 4831억원) 대상 에너지 복지계층을 필요하면 더 늘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전기를 적게 써 주택용 누진제 최하 1단계 구간을 적용받는 가구의 경우 모두가 과연 저소득층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누진 1단계와 저소득층이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전력 복지전달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택용에서, 고소득층인데도 낮은 누진제 구간을 적용받고 있는 ‘허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주택용 누진제는 소득재분배와 전력소비 절감을 유도하는 제도로, 개편할 경우 전기사용자 사이의 요금 영향이 다를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누진제 폐지·완화 등 전기요금체계 개편 공론화에 나서고, 2020년까지 총 2250만가구에 지능형 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이 완료되면 계절별·시간대별 차등 등 선택요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요금에 대해서도 그는 “대기업(산업용 계약전력(을)의 고압B 및 고압C 고객)의 경우, 값이 가장 싼 심야·주말 경부하시간대(23:00~09:00) 사용량이 이들 대기업 고객이 쓰는 전체 산업용의 53%에 이른다”며 “소비왜곡 현상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마다 설비자동화를 통해 전력요금이 싼 심야에 공장을 가동하기 때문에 부담하는 전기요금(하루 사용 kWh당 평균 요금단가)이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16%나 싼 ‘역전 현상’도 있는데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값싼 심야전력 공급을 위해 연료비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돌려야하는 일도 흔하다”며 “한전의 요금수입을 더 늘리자는 게 아니라, 전체 산업용 요금수입은 동일하게 유지하더라도 경부하 요금을 고쳐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산업용 전기사용량의 49%가 경부하시간대에 쓰이고 있다.

값싼 농사용 요금제에 대해서도 “영세 농가에 한전이 기여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 농사용 사용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 일부는 당초의 목적·취지와 달리 쓰이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력요금제 전반에 걸쳐 △발전 및 송배전공급망 원가반영 △효율적 피크(최대 전력수요)관리 △공공 에너지 복지(전기요금 감면 혜택) 등 3가지를 중심으로 “정교한 디자인”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전력산업은 경제성 등에 따른 기저발전(원전·화력) 구성뿐 아니라 전력공급의 안정성, 생태환경적 측면 그리고 피크관리를 다 같이 고려해야 한다면서 “환경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성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배전센터에서 직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배전센터에서 직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전, 적자도 낼수 있어…전력경쟁체제 재검토 필요” 한전의 올 상반기 대규모 영업적자(8147억원) 등 한전의 수익성 악화에 대해서는 “한전 주주 구성은 국가(정부·한국산업은행)가 51%이고 49%가 외국인 등 민간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돼 있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기도 한다. 공공성과 (시장)기업성에서 균형과 조화를 잘 맞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적자도 흑자도 낼 수 있으나” 지속적인 적자는 투자자금 조달이나 부채비율에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산업자원부 제1차관을 거친 뒤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 등을 거친 산업관료 출신의 전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산자부 과장시절부터 국내 약 1천여개 기업에 직접 가봤다. 건성으로가 아니고, 기업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기업에 나가 CEO로 일해볼 생각을 일찌감치했다”고 말했다.

2001년 한전을 한국수력원자력 및 5개 석탄화력 등 총 6개 발전 자회사로 분할하면서 발전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전력산업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그 효과를 따져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구조개편 이후 ‘유효 경쟁’이 일어나고 전력소비자 후생이 증진됐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해 그는 “6개 ‘시장형 공기업’ 발전 자회사들 사이의 경쟁구도가 공공서비스를 높이고 주주에 대한 투자 보상을 높이는 쪽으로 목적을 과연 달성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전자회사의 낭비적 중복투자를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력그룹사들은 괌 가스복합발전 입찰에 3개 발전사가 중복 참여하는 등 과당경쟁에다 개별적 연구·개발 수행 등 비효율이 지적돼 왔다. 그는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가 다같이 참여하는 디지털 발전소 등 새로운 구성을 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 “영국 원전인수 ‘위험회피’ 관건…신중해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누젠) 지분인수 등 원전 수출과 관련해 그는 “해외 원전 인수·수출 계약에서는 ‘위험 회피’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며 “도시바가 갖고 있는 영국 누젠 지분인수 협상은 굉장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최근 한전의 누젠 ‘우선협상권자’ 지위를 박탈한 바 있다. 그는 “원전 수출·인수에서 장래 수익성을 정교하게 예측하려면 각종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이미 짓고 있는 우리 원전은 공사를 완료하면 투자대금을 모두 회수하는 구조이지만, 영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누젠 비즈니스모델은 공사를 끝낸 뒤 60년간 전력을 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위험이 매우 큰 편”이라고 말했다. 수출 등 해외 원전사업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원전사업은 위험회피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영국 정부는 누젠의 투자-수익모델에 관한 규정을 아직 정식 입법화하지 않은 상태로, 이 수익모델 구조에 대한 공식적이고 확정된 답변을 아직 한전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전직 산업 관료로서의 공공정책적 측면과 비용-편익 등 민간 시장논리를 조화시키는, ‘공기업 CEO 감각’에 기초한 전력산업 개편방향을 주로 제시했다.

김 사장은 특히 “전력산업도 이제 디지털파워플랜트(발전소) 등 에너지 디지털생태계로의 구축·이행을 서둘러야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민간 기업들이 전력산업에 들어와, 전국 각 가구의 원격 전력검침자료 등 전력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력 신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소비자 수요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람인터넷 강국’일뿐 사물인터넷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느린 편으로 불균형적이다. 발전산업을 포함해 산업에서 쓰이는 사물인터넷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내 월급보다 여러 배 많이 주더라도 발전산업의 데이터분야 일급 전문가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입하려고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7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전 제공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7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전 제공
■ “한전도 신재생 발전사업 직접 참여” 원전·석탄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으로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김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도상에 들어섰다. 다른 국가에 비해 좀 늦은 편이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국내 전체발전량 중에서 20%를 신재생으로 채우려면 총 64GW의 신재생 설비용량을 갖춰야 하는데, 이 가운데 13.2GW가량을 한전이 직접 책임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을 고쳐,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계획설비를 중심으로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한전은 전력 송·배전 및 판매사업만 가능할뿐 직접적인 전력생산 사업은 영위할 수 없다. 민간 및 발전 자회사들의 신재생 영역에는 개입하지 않고, 대규모 파이낸생이 필요한 신재생사업에 한전이 직접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신재생 확대를 민간과 발전자회사에만 맡겨놓고 한전은 공급 쪽에서 그리드(계통)연결만 하기보다는, 한전이 직접 전력생산에 참여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한전이 지금 26개국에 걸쳐 43개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기존 아시아·중동지역 대형 화력발전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 신재생발전시장 진출로 영역을 전환·확장하겠다”고 말했다.

■ “동북아수퍼그리드, 손정의 회장 곧 만날 것” 한국·중국·러시아·일본·몽골의 풍력·태양광·천연가스 수력자원 등 청정에너지원 전력망을 계통연결하는 ‘동북아 수퍼그리드’(Super Grid) 구축에 대해 김 사장은 “한·일·중·러 전력사들 사이에 실무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해저터널뿐 아니라 북한도 참여하는 “육상 관통 그리드도 상업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러시아도 표현만 다를 뿐 우리의 동북아 수퍼그리드와 똑같은 구상을 국가전력정책으로 이미 갖고 있어 현실화될 전망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이미 확인된 중국 대륙과 일단 연결하고, 그 뒤에 러시아와 논의하면서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북한지역을 관통하는 육상 전력망 수퍼그리드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북한지역은 유엔의 대북제재, 남북관계 및 동북아 주변국 평화 진전 같은 조건과 변수가 있지만 외교적 의미뿐 아니라 순수하게 상업적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퍼그리드를 해저터널로 연결할 때 드는 원가 등 비용 측면은 사업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여볼 예정이다. 특히 일본의 지역 독점분할 9개 전력회사 가운데 한 곳도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수퍼그리드 구축사업을 추진해온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조만간 서울에서 만나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에너지 섬’처럼 고립된 우리나라의 독립 전력계통을 극복하기 위해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했다. 이 전력망 연결 경제협력을 통한 동북아 긴장 완화 및 평화 정착도 기대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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