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의원 고용보험법 개정안 발의
노사정TF 논의사항 담아
보험설계사 등 ‘전통 특고’ 먼저
플랫폼 노동자 나중에 추가할 듯
부업 뛰는 대리운전자 등
피보험 자격 이중취득 가능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 반대
심의 과정에서 진통 전망
노사정TF 논의사항 담아
보험설계사 등 ‘전통 특고’ 먼저
플랫폼 노동자 나중에 추가할 듯
부업 뛰는 대리운전자 등
피보험 자격 이중취득 가능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 반대
심의 과정에서 진통 전망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노동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서비스산업 변화와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나타난, 노무를 제공하지만 노동자는 아닌 이들을 사회안전망의 울타리 안에 포괄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이 통과되면 고용보험 체계는 1995년 시행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변화하게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고용노동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징수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6일 밝혔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는 지난 8월 고용보험 확대적용에 대해 의결한 바 있으며, 노사정 태스크포스를 꾸려 세부사항을 마련했다. 한 의원의 이번 개정안은 이런 세부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근로기준법의 노동자에서 특수고용노동자로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업을 위해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이다. 다만, 가입대상 직종은 시행령(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먼저 현재 산재보험 가입대상인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택배 기사 등을 가입시킨 뒤, 플랫폼노동자들도 포함될 전망이다.
특수고용노동자가 고용보험 가입대상이 되면서 ‘피보험 자격 이중취득’ 역시 가능해졌다. 기존엔 한군데서만 피보험 자격취득이 가능했으나 이 조항이 사라진다. 이른바 ‘공유경제’ 활성화를 통해 부업 삼아 대리운전 등 특수고용 일자리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두 일자리에서 소득을 올린 만큼 고용보험료를 내고, 일한 시간만큼 고용보험 기여기간에 포함된다. 특수고용 일자리 두 곳에서 일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실업급여 수급조건은 2년 동안 12개월 이상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으로, 계약해지를 당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이 줄어든 사람이면 가능하다. 고용보험료는 임금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에서 책정됐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보험료는 월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하되, 업무수행을 위해 지출된 비용의 일부는 공제할 방침이다. 실업급여액은 임금노동자든 특수고용노동자든 동일한 상한액(올해는 1일 6만원) 한도 안에서, 이직 전 1년 동안의 월 평균 보수총액의 60%를 받을 수 있다. 출산휴가급여도 지급대상이나 구체적 요건과 지급액수는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업주들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자와 다름없고, 자발적 이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이 필요 없다는 취지에서다. 사용자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개정안에는 이른바 ‘안전장치’들을 다수 마련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여기간을 2년 가운데 12개월 이상 일해야 하도록 정한 것은, 임금노동자가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일해야 하는 것보다 엄격한 조건이다. 또한 실업급여 수급요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감소’가 포함되는 만큼, 이를 악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실업급여 지급까지의 ‘대기기간’을 다른 경우 1주일에서 4주 이내로 늘렸다.
오투오(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플랫폼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이 거래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사업주와 노동자의 지위와 의무·권리를 어떻게 규정할지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 ‘플랫폼 사업주’의 책임이 국내법에서 처음 규정됐다는 의미가 크다. 법안에는 노동력이 거래되는 ‘오투오 플랫폼’을 ‘노무제공플랫폼사업’으로 정의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플랫폼 노동자의 피보험자격 취득을 신고하고, 구직급여 수급요건과 보수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2014년 기준 230만명으로 추산(국가인권위원회 기준)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권리’ 상태에 놓여왔다. 고용보험 가입 역시 ‘해묵은 숙제’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특별법’ 형태로 고용보험 가입이 추진됐고, 박근혜 정부 역시 2013년 국정과제로 삼기도 했으나 결실을 보진 못했다. 이번 법안 역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사용자 단체들이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어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른바 ‘전통 특고’와 달리 플랫폼 사업자들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투오 플랫폼들이 대거 가입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확대’ 방안을 논의하자고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코스포 관계자는 “고용보험 논의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법안 논의 과정에서 스타트업 업계의 의견을 정리해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고용형태의 다변화로 인한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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