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가의 부동산이나 거액의 뭉칫돈을 보유하고 있는 미성년자의 자산 형성 과정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댄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금수저’ 등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국세청은 주택보유·부동산 임대업자, 고액예금 보유자 등 변칙증여 혐의자 225명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들이다. 국세청은 이들의 상속증여세 탈루 혐의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성년자의 부동산 보유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철저한 세무검증이 요구되는 가운데, 미성년자가 보유한 주택과 주식 등을 바탕으로 세금신고 내역을 전수 분석해 탈세 의심자를 추려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먼저 상속증여세를 납부하지 않고 부모에게 받은 현금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보이는 19명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2채나 가지고 있는 4살짜리 유치원생과 9억원 상당 아파트를 사들인 고등학생 등이 대표적이다.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22명도 있다. 한 초등학생은 아버지로부터 자금을 받아 34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보유했지만 임대소득을 과소 신고해 조사 대상에 올랐다.
또 고액의 예금을 보유한 미성년자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90명도 조사 대상이다. 외국계 은행 임원인 아버지로부터 각각 3억원씩을 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초등학생 자녀 2명 등이다. 국세청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고액예금 보유 미성년자 등 297명에 대한 기획조사를 벌여 86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주식 거래를 이용해 증여자금을 뻥튀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다. 16개 법인, 73명이 조사 대상인데, 이 가운데 미성년자는 34명에 달한다. 아버지에게 받은 돈으로 법인을 공동설립한 뒤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자산을 크게 부풀린 미성년자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혐의가 있으면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세무조사 과정에서 법인자금 유출 등 정황이 발견될 경우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 밖에도 부동산을 상속·증여받으면서 시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신고해 세금을 줄인 혐의가 있는 199명에 대해서도 검증을 벌인다. 이 국장은 “앞으로도 미성년자 보유 자산을 상시 분석하고 탈세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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