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 수장으로서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이해관계의 대립을 조정하지 않으면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없다는 고언이었다.
김 부총리는 10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우리 경제 구조 안에 자리잡은 기득권의 틀을 깨야 혁신과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사회 문제가 구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기득권을 허물고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고는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며 “경제에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기득권 구조 개혁이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뤄지기는 역부족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다. 정치권이 앞장서고 기업과 노동자 등 경제주체들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언론, 노조, 대기업, 지식인들도 동참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더 가진 경제주체와 사회지도층의 희생과 양보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가 많이 늘지 못했고,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며 재임 기간 가장 노심초사했던 두 목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실직의 공포와 구직난에 맞닥뜨린 근로자와 청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자영업자, 나아지지 않는 경영성과에 늘 걱정을 달고 사는 기업인 등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와의 ‘엇박자’ 논란을 의식한 듯한 ‘자기해명성’ 발언도 내놨다. 그는 공직자가 가져야 할 용기를 강조하며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이 지속가능한지 끊임없이 도전받을 텐데,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등 청와대가 추진한 각종 정책에 ‘브레이크’ 구실을 해온 데 대해 “공직자의 용기”라는 자평을 한 셈이다. 그는 이어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중심이 서야 나온다”며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이임사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김 부총리는 다만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며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으로, 그 토대 위에서 일관되고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 들러 기재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이임식을 대신했다. 그는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2기 경제팀’에 대한 덕담도 했다. 김 부총리는 “홍남기 후임 부총리는 추진력과 일에 대한 헌신 등에서 대단한 특장점을 가진 분”이라며 “1기 경제팀이 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대를 어느 정도 마련한 만큼, 후임 홍 부총리가 추진력 있게 가속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뒤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간다.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는데,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였다, 이렇게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하성 청와대 전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에 이어진 보수 야당의 입당 제의 등 정치적 논란에 선을 긋는 발언이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직원들과 인사를 끝으로 34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후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늦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개시한다. 취임식은 11일로 예정돼 있다.
노현웅 방준호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