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버스업계의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지난 5년여 동안 동결된 버스 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설 연휴 직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요금이 오를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버스요금 현실화 등의 방안이 포함된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해 27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지난 5월 노선버스 노동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따른 후속 조처다.
국토부는 최근 5년간 시외버스 등의 운임이 동결돼 경영 사정이 악화됐다며 인건비 상승분 등을 고려해 버스 운임을 현실화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물가관리 당국인 기획재정부 등과 버스요금 인상폭을 논의중이다. 시외버스의 경우 최장 5년간 운임이 동결됐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버스기사 인건비가 오른데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버스기사 추가 채용도 예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두 자릿수 이상 인상률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건비, 유류비 등 원가 인상 요인과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률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요금 인상 시점은 내년 설 연휴 뒤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논의된 버스요금 인상 계획은 중앙정부 관할인 시외·고속버스에 국한된다. 시내버스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임 현실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밖에도 △버스 운영체계 개편 및 중앙정부 역할 강화 △버스 서비스 안정성 향상 △운전인력 양성 확대 등의 대책도 함께 논의했다. 엠(M)버스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대와 주말 운행을 감축하고, 광역버스 노선 효율화 계획도 수립한다. 또 각 지자체 소관인 시내버스의 노선체계 개편도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버스기사 인력 확충을 위해 군 운전병, 여성 운전자 등 채용 경로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농어촌 등 교통 사각지대에는 100원 택시, 공공형 버스 등 교통복지 정책이 강화된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 버스기사 인력 수급이라는 당면 과제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현재 수준의 버스 운행을 전제로 내년 7월까지 버스기사 7300명을 충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엔 7600명을 추가 충원해야 한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격일제 근무 등 기존 버스업계 근무 체계가 근본적으로 수정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정부가 내놓은 인력수급 대책은 △버스기사 채용정보 제공 △운수업 종사자 취업포털 운영 △군·경찰 운전병 등 채용 경로 다양화 등이 전부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력채용 문제는 경영상황 개선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통해 인력 수급의 유인을 마련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농어촌 지역 등 버스기사 채용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는 지자체 중심의 인력 양성 사업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애초 노동시간에 아무 제한을 받지 않았던 노선버스 업계는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 뒤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이에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7월까지,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까지,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까지 유예기간을 거친 뒤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받는다. 국토부는 최근 경기·강원 등 8개 도 지역 329개 버스업체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추가 인력 1만5720명과 추가 인건비 738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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