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적자국채 발행과 케이티앤지(KT&G) 사장 교체를 두고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젊은 공직자의 소신과 자부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본인이 경험한 좁은 틀 안에서만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정책 결정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 전 사무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동연 전 부총리가 잘 답변을 한 바 있어 굳이 답변을 해야 하는지 망설여지지만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가족과 국민들께 염려를 끼친 바 있어, 신 전 사무관을 위해 답을 드린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신 전 사무관을 위로하고 그의 소신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젊은 공직자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소신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고 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며 “이런 젊은 실무자의 소신에 대해 귀 기울여 들어주는 공직 문화의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 등 실무를 맡은 공직자로서의 판단과 충정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신 전 사무관이 문제제기한 내용에 대해서는 ‘단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신 전 사무관은 본인이 경험한 좁은 세계 속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정책은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며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진 장관이 실무진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압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신 전 사무관이 청와대의 개입을 ‘외압’으로 여긴 점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 모든 정책의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그러기 위해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며 “신 전 사무관은 그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 전 사무관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위로와 당부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신 전 사무관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를 너무 비장하고 무거운 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본인의 소신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밝힐 수 있으니, 다시는 주변을 걱정시키는 그런 선택은 하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적자국채 발행을 둘러싼 기재부 내부의 논란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케이티앤지 사장 교체 과정 등에도 정부가 개입하려 든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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