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산업생산 증가율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와 장래의 경기 상황을 진단하는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가 고착화되는 상황으로 진단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금속가공과 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광공업생산의 증가가 0.3%에 그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2017년 전산업생산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와 건설업 호황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2.3%나 증가했던 기저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2016년 전산업생산이 3% 증가한 이래 조금씩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2년 이후 성장률이 저성장 쪽으로 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도 부진했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4.2%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에 있었던 2009년(-9.6%)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2017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14.1%에 달해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기성과 건설수주도 전년 대비 각각 5.1%, 4.5% 줄었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17년보다 4.2% 증가하는 호조를 기록했다. 2011년 4.6% 증가한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그러나 분기별로 따져보면 지난해 1분기 5.0%에 달했던 증가율은 2분기 4.7%, 3분기 3.9%, 4분기 2.9% 등으로 갈수록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생산과 투자지표가 좋지는 않았지만 전년도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있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괜찮게 나왔던 소비지표 역시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증가세 감소가 완연한 점에서 경기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도 부진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6% 줄었다. 11월(-0.7%)에 이어 두달째 감소세다. 광공업생산은 주력업종인 자동차(-5.9%), 반도체(-4.5%) 등이 부진해 전달보다 1.4% 줄었다. 서비스업생산도 전달보다 0.3% 줄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달보다 0.8% 늘었고, 설비투자는 0.4% 줄었다. 지난해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하던 설비투자는 9~10월 증가세로 돌아섰다가, 11월(-4.9%)부터 다시 마이너스 행진이다.
한편,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져 9개월 연속 하락했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하락해 7개월째 뒷걸음쳤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하는 것 역시 1970년대 이후 처음이다.
다만 순환변동치에 따라 경기를 진단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현욱 실장은 “하락폭이 클 경우 어느 정도 경기를 진단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현재는 순환변동치 자체만을 놓고 경기를 진단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과장도 “경기의 진폭이 상당히 낮고, 선행지수가 동행지수와 거의 동조화되는 등 지표의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행지수의 연속 하락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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