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의중앙선 열차. 연합뉴스
2017년 철도 기관사 사망을 포함해 7명의 사상자를 낸 ‘경의중앙선 시운전 열차 추돌사고’는 열차 운행을 검지하는 설비가 잘못 설치돼 벌어진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철도 설비의 시공과 감리를 맡은 철도시설공단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중앙선 원덕역∼양평역 간 시운전 열차 충돌사고’ 최종 조사보고서를 펴냈다고 5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2017년 9월13일 강릉선 케이티엑스(KTX) 개통을 위한 시험 운행을 위해 경의중앙선 원덕역에서 양평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코레일 ‘7882’ 열차가 앞에 서 있던 ‘7880’ 열차를 들이받고 탈선했다. 당시 사고로 ‘7882’ 열차 기관사 ㄱ씨(45)가 숨지고, 선행 열차 기관사 등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보고서는 신호 설비인 ‘가청주파수(AF) 궤도회로 수신 모듈’ 오작동이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 설비에 잘못된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앞선 차량이 정차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고 차량에 계속 진행하란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설비 제작사와 철도시설공단은 한국철도표준규격에 규정된 성능 검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기기의 오작동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실제 보고서는 해당 감시 설비의 로그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7년 8월23일부터 9월13일까지 모두 11건의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언제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인재’였다는 설명이다. 이 와중에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소통 부재는 사고 피해를 키웠다. 철도시설공단은 2017년 9월7일 ‘9.11∼15 시운전열차 운행계획’을 코레일에 통보했는데, 당초엔 없었던 운행속도 제한(65㎞/h)을 협의 없이 지정했다. 당초 운행계획 제출 예정일을 8일 넘겨 뒤늦게 통보된 문건이었다. 코레일은 뒤늦게 통보받은 운행속도 제한을 일선에 전달하지 않고, ‘허용속도 범위 내’로 운행하라고 기관사에게 운전명령을 내렸다. 일반 열차의 허용속도는 100㎞/h다. 안개가 자욱했던 사고 당일 선행열차를 육안으로 확인한 사고열차 기관사는 급히 정지하려 했지만, 당시 운전속도는 80㎞/h 이상이었다.
조사위는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철도시설공단에 6건, 국토부에 2건, 코레일에 3건의 안전 권고를 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지난해 강릉선 케이티엑스 탈선 사고 원인도 선로전환기 설비가 잘못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비슷한 인재가 반복되고 있다”며 “철도 시공과 운행을 분리한 상하분리 정책과 이로 인한 기관간 갈등으로 철도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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