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마감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실적전망치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상반기에 나쁘고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 전망도 흔들릴 기미를 보인다.
19일 국내 각 증권가의 기업분석 보고서를 보면, 최근까지 이어져오던 올 1분기 삼성전자 8조원, 에스케이하이닉스 2조원대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회사인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전망치가 변동이 크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1조원대로 애초 예상보다 절반 이상 하락했다. 이 회사의 1분기 실적은 올 1월 2조원대 중반, 지난달 1조원대 후반~2조원 정도로 예상돼 왔다. 지난해 1분기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조3670억원이었다. 이날 보고서를 낸 유안타증권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을 9960억원으로 내다봤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분석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공백이 예상보다 심하다. 낸드플래시 적자 규모는 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9조~10조원대로 예상됐는데, 최근에는 6조5천억~6조7천억원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조6000억원이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분석가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6조7천억원,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을 4조3천억원으로 예상하면서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더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값의 가파른 하락과 스마트폰 판매 부진,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IDC) 투자 지연 등이 맞물리면서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력 품목인 D(디)램 가격은 지난달 기준 5.13달러로, 지난해 9월 최고가 8.19달러에서 37% 하락했고, 낸드플래시는 지난달 4.22달러로 2017년 8월 최고가 5.78달러에서 27% 떨어졌다. 사실상 반도체 슈퍼호황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영업이익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던 반도체 값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상저하고’ 전망이 대세이긴 하지만, 상반기 실적이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부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 하락 압박이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쌓아온 재고를 털어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실적 악화로 수출 등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수출 실적을 보면, 지난 2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1% 감소한 395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석달 연속 마이너스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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