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조선업체의 선박 건조량 추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경쟁적 설비확충 나서
내년 선박건조능력 20% ↑…일본과 격차 더 벌어져
국내 조선산업의 세계 1위 굳히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최근 2~3년 사이 높은 수주실적을 기반으로 선박건조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에스티엑스조선, 한진중공업 등 중견 조선사들도 선종 다양화와 설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공업협회 추정과 9개 회원사 자체 계획을 보면,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각사별 설비확충 투자가 내년 상반기쯤 마무리되면서 내년에는 선박건조능력이 전체적으로 올해보다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사별로는 적게는 6척, 많게는 10척 가량 배를 더 지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올해 사상처음 연간 매출 10조원대에 진입하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경북 포항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선박블록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해 같은 곳에서 3만톤 규모의 블록공장 설립에 이은 대대적인 확장투자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따라 내년에는 대형유조선 기준으로 5척 정도, 매출 기준으로는 6천억원 가량의 순증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물위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플로팅도크’ 1기를 내년 5월에 완공하는 것을 비롯해 안벽증축공사, 3600톤급 해상크레인 제작, 도장용건물 신축 등의 설비확충을 내년 상반기에 모무 마무리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척당 2억달러가 넘는 액화천연가스선 건조능력을 연간 8~9척에서 15척으로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거제조선소에 플로팅도크 1기를 내년 3월까지 완공하고 중국 저장성 닝보 블록공장의 생산능역을 연산 12만톤에서 내년에는 20만톤 규모로 확장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진중공업은 올 연말까지 기계장치 확충공사를 마무리하면서 필리핀에 블록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에스티엑스조선도 2호 도크 건설을 검토하는 등 중견조선사들도 설비확충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설비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그만큼 밀려 있는 주문량이 많기 때문이다. 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 9개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5767만톤(총톤수 기준)으로, 3년8개월치 일감이 쌓여 있다. 협회 관계자는 ·“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도크건설 같은 대규모 설비증강 투자 없이 공법개선과 생산성 향상으로만 건조량을 두배 가량 늘렸는데 도크의 100% 가동으로 이제는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면서 설비확충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현재 각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설비확충이 마무리되면 건조능력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조선사의 전체 선박 건조량은 1514만톤으로 일본과 100만톤 가량 차이가 벌어졌으며 수주잔량 차이는 무려 500여만톤에 이른다. 국내 조선사들의 늘어난 설비는, 비교적 비싼 값으로 수주한 선박들을 건조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어서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에 국내 조선사들의 매출이 올해보다 20.7%, 영업이익은 40% 이상 더 증가할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하지만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매출은 예상치를 달성할 수 있지만 이익은 환율과 후판가격이 어떻게되느냐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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