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특히 심한 미세먼지는 환경, 생태위기가 결코 나와 무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열어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방진 마스크를 챙기는 일이 우리들의 아침 일상이 됐다. 바다 건너 먼 나라로 보내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퇴짜맞고 되돌아와 항구에 산처럼 쌓였다. 수익성이 나지 않아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는 통에 지난해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경운동가와 환경단체의 관심사로만 여겼던 환경오염,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생태적 변화는 이제 우리 삶을 직접 위협하는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원인을 놓고 중국 책임론, 국내 책임론으로 논란이 빚어지는 것에서 보듯이 어느 것 하나 명쾌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논리에 밀려 늘 뒷순위였던 환경, 생태이슈였기에 어디서부터 접근하고, 각 주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사회적 합의 역시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답은 경제논리와 생태문제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한 과정의 앞뒷면이란 것을 인식하는 데서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중독된 무한생산, 자원고갈, 승자독식의 경제논리는 지구환경을 갉아먹으며 번성해 왔다. 그렇다면 분권, 분산, 협력, 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가 승자독식 경제의 대안을 제시했듯이 생태, 환경 문제에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달 1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사회적 경제 순환과 회복의 경제를 꿈꾸다’를 주제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 5개 단체가 주최하는 제9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을 짚어보고 정책 및 제도적 과제를 톺아보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정건화 한신대(경제학)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사회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2년 <로마클럽보고서>는 “인구와 산업 생산량이 현 추세대로 간다면 지구는 멸망할 예정”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 저자 중 생존한 2명은 2012년 열린 출간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인류가 지속 가능한 시대를 만들 수 있던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이제 너무 늦었다는 비관적 견해를 표명”했다고 정 교수는 소개했다. 2006년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이 작성한 <스턴보고서>도 “현재의 경제·사회적 시스템이 지속하면 대공황과 세계대전과 같은 파괴적 영향력이 지구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0년간 국제사회는 그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는 듯했지만, 결국 경제문제 해결을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보고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해왔다. 정 교수는 ″생태환경 담론이 제기된 70년대보다 최근 국제적으로 환경 인식이 더 둔화됐다 “며 이를 ‘생태적 문맹’ 상태라고 일컬었다. 그는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협력적 공유사회’가 하나의 대안적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러미 리프킨이 <한계 비용 제로 사회>에서 내놓은 ‘협력적 공유사회’는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수평적이고 분권화된 정치시스템과 분산된 공동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가 지탱하는 에너지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이루어지는 사회를 말한다.
지난 1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제9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에서 연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 날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행복나래, 환경부가 후원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은 지역에서부터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지역은 주민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며, 경제와 사회, 환경 문제가 직접 맞물려 있는 현장이기 때문에, 사회혁신, 삶의 패러다임 전환이 도시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곳”이라며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적 경제, 사회혁신은 지역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유럽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이 가정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협동조합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유럽 전역에 약 1500여개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연합체를 조직했는데, 유럽연합에 사회적 경제 원칙에 기반을 둔 에너지 정책을 제안하는 시민 자문단체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 현황과 전망’을 주제 발표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자본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모바일 앱 등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 모델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지원하는 대표적인 공공재이지만 환경 분야 정부 예산은 공공인프라 중에서 늘 우선순위에서 뒤처졌다. 사회적 경제 현장 및 관련 전문가들은 열악한 환경 분야 공공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 이사는 “공공재활용센터 설치는 지자체의 법적 의무사항인데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업사이클링(재활용 자원으로 신제품을 만드는 일) 등 환경 영역에서의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가 실행되려면 무엇보다도 지역 단위의 공공기관, 지자체의 인식이 개선되어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책포럼에는 환경 분야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관계자 120여명이 강연장을 메워, 이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기업, 지자체, 지역 주민과 협력 네트워크 만들어야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특히 소규모 사회적 경제 조직일수록 대기업, 지자체, 지역 주민 등 사회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변 상임대표는 제주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의 주민이 주도한 생태관광 개발 사례를 들며 “환경 분야 사회적기업은 지역 주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그들의 이해관계가 사업 모델 안에 잘 반영돼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에 자본 투자가 어려운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기업과의 상생 모델 구축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토론에 참여한 김민석 엘지전자 시에스알(CSR) 부장은 지난 11년간 환경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온 엘지전자의 활동을 소개하며 ″대기업은 사회적기업의 환경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시장의 가장 큰 수요자로서 이들의 물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등 상생 모델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김정태 미스크 대표도 “사회적 경제 조직의 힘만으로는 환경 문제와 관련된 제도,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며 “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 조직이 지속해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 내면의 산업 시스템과 제도, 정책들을 함께 고민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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