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앞으로 편의점에서 배란테스트기 등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도 자유롭게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될 방침이다.
정부는 1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중소기업 등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에서 작용하는 업종별 규제를 패키지로 해결하는 현장밀착형 규제혁신을 진행해 왔다. 5번째로 발표된 이번 방안은 건강기능식품 관련 규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홍남기 부총리는 “건강기능식품 제품 변경과 폐업 등 신고 의무를 완화하고 이력추적관리 방식을 개선하는 등 행정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며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일반식품에도 기능성 표시를 허용해 신제품 개발도 촉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는 건강기능식품의 개발·제조·판매 등에 걸쳐 규제를 완화해 산업 발전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총 31건의 규제 완화 대상이 발굴됐다. 먼저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사전 신고 의무를 폐지키로 했다. 현행 법령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대형마트 등 사업자만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 행정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또 건강기능식품 이력추적관리방식도 기존 1년 주기 품목별 관리에서 2~3년 주기 업체별 관리로 완화키로 했다.
신제품 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제조 원료에 안전성이 확보된 일부 의약품 성분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방침이다. ‘알파-GPC’(인지능력 개선). ‘에키네시아’(면역력 증진) 등 이미 해외에서는 식이성 보충제로 허용된 동·식물성 추출물 가운데 의약품 성분으로 묶여 활용할 수 없었던 일부 성분을 국내 건강기능식품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또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제품에도 기능성 원료가 사용된 경우 ‘신체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광고와 마케팅을 위한 길도 넓힌다. 현재 엄격한 심사 부서의 검사 결과를 중심으로 광고가 허용되는데, 동물실험 결과 등 제품이 체내에서 효능을 발휘하는 생화학적 반응 과정 등도 광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규제혁신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의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289억달러로 연평균 7.3%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건강기능식품을 식이보충제로 여기고 최소한의 규제만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의약품과 유사한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2017년 기준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78% 수준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생명, 안전 등 관련 규제는 무분별하게 완화되지 않도록 심층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면서 신축적,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신산업·신기술 등과 관련된 다양한 현장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배란테스트기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판매업 신고 등 없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서 판매업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임신테스트기처럼 편의점에서도 자유롭게 배란테스트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현장밀착형 규제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혁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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