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용상담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21세기관 학생라운지 모습.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따져보기 위한 토론회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진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등의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좌표는 있는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25조4천억원)의 지난해 초과세수 오류를 만회할 수준의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여러 분야 경제정책이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소극적인) 재정 정책”이라며 “재정 정책의 실수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 교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없는 한 정부는 확장적 거시 경제정책으로 실업을 줄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불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성장률 저하로 재정 수입이 감소하고 실업과 빈곤 문제 확대로 외려 재정 지출이 증가해 재정 수지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추경이나 국채발행 등으로 달성되는 확장 재정은 미세 먼지 대응과 사회 복지 확대 등에 쓰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구조조정이 촉진되며, 사회복지 분야는 고용유발계수가 높아 재정 투입 시 자연스럽게 일자리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정책과 에너지 전환 정책도 화두에 올랐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거나 통과 기준을 완화는 것은 명분은 물론 실익도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구속력있고 실효적인 제도 설계 및 변화를 만들지 못한 채로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태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예타 제도는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SOC 사업을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며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예타 제도 개편방안은 경제성이 0점으로 평가되어도 예타를 통과할 수 있게끔 되어 있어 SOC 남발을 막을 도리가 없다. 이런 방식이면 예타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1월 23개 SOC 사업 예타 면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3일 예타 종합평가방법(AHP)에서 비수도권 SOC 사업의 경우 ‘경제성’ 항목 평가 비중을 35∼50%에서 30∼45%로 줄이고 ‘지역 균형’ 비중을 비수도권의 경우 25∼35%에서 30∼40%로 높이는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놨다. 수도권의 경우 지역균형 항목 평가를 아예 없애고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으로만 평가한다. 비용·편익(B/C) 조사로 계량화되는 경제성 평가의 영향력은 줄이고 정성 평가가 이뤄지는 지역 균형 평가의 힘은 키워 낙후 지역의 SOC도 추진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이뤄진 예타 조사 사례를 종합 분석해보니, 비수도권 건설 사업의 경우 정책성과 지역균형 발전 항목에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약간 적절’하다고만 평가해도 경제성이 0점인 사업의 예타 통과가 가능하다”며 “예타의 취지를 살리려면 예타 통과의 최소 비용·편익(B/C) 기준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선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이 “에너지전환을 담보할 세제 개편과 요금 현실화, 탈원전을 뒷받침할 법·제도 개선 등의 과제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오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40년까지의 에너지 정책 계획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에너지믹스가 나오지 않아 재생에너지 투자 방안을 체계적으로 짜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0∼35%로 높인다는 목표가 선언적으로 담겼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보수 진영 반발로 난관에 부딪치는 가운데 정부가 수소 경제 로드맵을 내놓고 추진함으로써 한정된 예산과 자원이 분산될 우려가 크다”며 “현재 수소를 얻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석유화학 제품인 나프타를 분해하거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얻는 것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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