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이달 초를 목표로 추진했던 주류세 개편안 발표를 주류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기 위해 이달 말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사진 비지에프(BGF)리테일 제공
정부가 당초 이달 초를 목표로 추진했던 주류세 개편안 발표를 주류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기 위해 이달 말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최근 주류업계가 잇따라 출고가를 인상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애초 정부가 4월 말이나 5월 초 발표를 목표로 주류세 개편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왔는데 개편안 발표 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주종 간 또는 동일 주종 내 업체 간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있어 이견 조율 및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류세는 소비자 후생과 주류 산업의 경쟁력, 통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을 세밀하게 짚어봐야 하기 때문에 개편안이 다소 늦어지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보고서가 발간된 뒤 개편안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개편안은 빨라도 5월 말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술에 매기는 주류세를 출고 가격에 비례하는 기존 ‘종가세’에서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함량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일부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죄악세’의 일종인 주류세 취지상 알코올 소비량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게 맞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데다, 최근 들어 수입맥주 유통업체들이 주류세를 덜 내는 방식으로 국내 맥주시장을 잠식하는 추세도 반영됐다.
그러나 이런 정부 방침엔 우려도 높다. 주류세에 손을 댈 경우 서민층 수요가 많은 소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 소주, 약주, 청주, 과실주 등 주종별로도 업계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맥주 업계는 대체로 종량세 개편에 찬성하지만 일부 이견도 있다”며 “맥주 외 다른 업종에서는 주류세가 변경될 경우 제조·유통·판매구조 등에서 급격한 변화가 오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맥주·소주 등 출고가격이 잇따라 오른 점도 발표가 연기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앞서 지난달 오비맥주가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고, 지난 1일 하이트진로는 소주 참이슬의 출고가를 6.45% 인상했다. 자칫 정부의 주류세 개편이 술값 인상의 ‘주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김 실장은 “주류세 개편으로 주류 가격이 인상되리라는 국민적 오해가 형성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류세 개편으로) 맥주, 소주의 가격 변동이 없다는 전제는 기본적으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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