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용 컨테이너가 가득 찬 부산 항만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수와 수출이 함께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2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연말 발표한 2.6%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2.4%로 수정했다. 2020년에도 완만한 회복세에 그쳐 2.5% 안팎의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전망실장)은 “생산, 투자 등 경제 주체의 다양한 활동이 전반적으로 활발하지 못하고 성장세가 약화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데, 반도체 호황 등으로 경기가 잠시 올라가다가 이후 성장률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경제 성장률 3.1%에서 지난해 2.7%에 이어, 올해 2.4% 전망치까지 반도체 호황에 기댄 경기 호조가 빠른 속도로 내려앉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춘 가장 큰 요인은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진 탓이었다. 투자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총수요가 부진에 빠졌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빠르게 낮아지는데, (수출에 연동된) 설비 투자를 위한 수입도 큰 폭으로 감소해 성장률 하강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며 “수출 감소 자체만 따지면 2.4% 전망치보다 하강 폭이 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경제전망 당시 총수출의 성장기여도가 1.6%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번 전망치에서는 0.7%포인트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가 성장률을 0.9%포인트 까먹은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마이너스 지디피 갭’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현욱 연구위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6~2.7%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총생산 갭은 내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 경기가 반등하는 모습이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등세가 약하다. 설비 투자 회복세가 가시화되는 시점은 내년 후반쯤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취업자수는 지난해(9만7천명)보다 늘어난 20만명 안팎의 증가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감소하고 있는 점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농림·어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전망 당시 취업자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여서,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제 시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다소 과도하게 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정책 변경의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성장세를 둔화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향후 총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글로벌 경제의 하방위험이 심화됨에 따라 국내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경우에 대비해 완충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세수입 증가세가 둔화되는 점을 감안해 재정보다 통화정책의 역할이 강조됐다. 김 연구위원은 “낮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면 실질 금리 부담이 커지는 등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2분기 성장률이 전망치(1.2%)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여러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금리 인하를 포함한 통화정책의 적극적인 역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구조개혁 등 장기적인 생산성 제고 노력과 함께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고착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탄력 있는 통화정책을 요구한 셈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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