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포럼 5월호에 게재된 보고서 ‘공격적 조세전략에 관한 의무보고제도의 도입에 관한 소고’ 일부
최근 조세회피 수법이 고도화·지능화하는 가운데,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공격적 조세전략 의무보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무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7일 재정포럼 5월호에 게재한 ‘공격적 조세전략에 관한 의무보고제도의 도입에 관한 소고’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제도는 세무사나 회계사가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고객의 이익을 위해 공격적인 조세전략을 기획할 경우 과세관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보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제재 처분을 받는다. 조세전략을 보고한다 해서 곧바로 ‘합법’으로 인정하거나 불법으로 보고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김무열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을 통해 잠재적으로 공격적인 조세전략 계획을 억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현행법의 흠결을 조기에 발견해 대규모 세원잠식 전 법률 개정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도 국가 간 이동성이 높은 클라우드, 서버, 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 발달로,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익을 이전해 세금을 줄이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 조세전략 기획자나 납세의무자가 해당 전략이 실행됐거나 실행이 가능하게 된 날부터 30일 안에 과세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유럽연합 외에도 영국,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폴란드, 포르투갈 등에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대응 프로젝트에도 권고 사항으로 규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실정법이 규율하려는 내용이 다의적으로 해석·적용되지 않도록 ‘조세전략’ 개념·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제도를 통해 기획자나 납세의무자의 사익을 제한하는 것도 공평 과세라는 공익 실현 측면에서 가능하다”며 “국세청이 올해 역외탈세방지를 위해 전문조력자들의 조세전략 행위 정보를 조사할 예정인데, 의무보고제도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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