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화물로 가득 찬 부산 항만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미-중 관세전쟁 등 영향으로 세계 무역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20개국(G20) 상품 교역 통계’를 보면, 지난 1분기 한국의 수출은 1386억달러(계절조정)로 전 분기와 비교해 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20개국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국의 수출이 중국과 미국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충격을 받은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나라별로 보면, 지난 1분기 브라질의 수출이 6.4% 줄어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이어 러시아(-4.4%), 인도네시아(-4.3%), 일본(-2.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로 지난해 4분기 큰 폭의 감소세(-3.6%)를 기록한 기저효과 등 요인으로 지난 1분기에는 수출이 6.2% 늘었다. 오스트레일리아(1.1%), 멕시코(1.1%), 유럽연합(1.0%) 등도 1%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보호무역주의의 진원지 역할을 한 미국과 중국 역시 각각 0.7%, 3.9%씩 수출이 증가했다. 이런 수출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한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4% 감소해 전달보다 감소폭이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지난 1일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적용하자,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을 언급하는 등 두 나라의 무역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앞서 미국의 무역 제재에 따른 연쇄효과로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큰 한국, 타이완, 일본, 독일 등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품목 가운데 중국의 가공 무역을 위한 중간재 비중은 79%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비공개 장관 회의를 뜻하는 녹실회의를 열고 범부처 수출 총력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녹실회의를 열어 9개 부처 합동 수출 활력 촉진단을 통해 25개 업종, 3천여개 기업별 수출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고, 수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수출 경쟁력 강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추경안 가운데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예산 3233억원을 조속히 집행하기 위한 준비도 하겠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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